밥상 물가 치솟는데…왜 한우만 떨어지지?

입력 2022-08-12 17:05   수정 2022-08-22 15:55

폭우 등의 여파로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우 가격만 나 홀로 하락세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우 사육 두수가 적정 수요를 넘을 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우 가격이 내려가는 와중에 사료값은 치솟아 생산비 부담이 커진 농가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30개월간 기른 한우 한 마리를 도축하면 200만원 이상 적자를 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급 과잉으로 소값 약세
12일 팜에어·한경 축산물가격지수(KL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 지육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8817원으로 전년 동월(2만1021원) 대비 10.5% 하락했다. 한우 가격은 지난해 9월 2만242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한우 국거리(목심, 1등급) 가격은 100g당 5380원으로 1년 전(5980원)에 비해 10.0% 내렸다.

소값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한우 사육 두수는 356만4000마리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2020년부터 한우 가격이 평년(1만7000원대) 수준을 넘어 2만원대로 진입하자 농가들은 앞다퉈 사육을 늘렸다. 축산업계에선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한 적정 사육 두수를 290만 마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풀리는 한우 도축 마릿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 도축 마릿수는 6만2065마리로 전년 동월(5만6154마리)보다 10.5% 증가했다.

올해 총도축 마릿수는 85만 마리에 달할 전망이다. 한우 지육 도매가격이 1만2000원대까지 폭락했던 2012년 도축 두수(84만 마리)를 넘어서게 된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 시기이다 보니 한우 가격이 아직까진 버티고 있다”며 “가격이 더 내려가기 전에 도축을 서두르는 농가가 늘어나면 본격적으로 내림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농가 수익성 악화
한우 가격이 내려가는 와중에 사료 가격이 치솟아 농가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월 기준 고기소 배합사료 가격은 ㎏당 553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469원) 대비 17.9% 올랐다. 2년 전(418원)과 비교해선 32.3% 급등했다.

전국한우협회가 통계청이 조사한 축산물생산비 통계를 기반으로 올해 한우 농가 수익성을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소값이 10% 하락하고, 사료 가격이 30% 오르면 한우 한 마리를 30개월간 길러 도축할 때 214만8000원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한우 사육 비용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사료값이 급등하면 농가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익성 악화로 한우 사육 포기를 고민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료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사육을 그만두겠다”고 답한 농가가 2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2.3%) 대비 크게 늘었다.
○‘공급 과잉’ 경고 외면한 농가도 문제
일각에선 “사육 두수 급증으로 인한 소값 하락 경고를 외면하고 소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지난 2년간 사육 두수를 늘린 농가에도 작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분기별로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 2020년 6월부터 한우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경고하고, 사육 마릿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권고해왔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약 8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암소 6만 마리 감축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농민들의 참여는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료값 급등세를 손 놓고 지켜만 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김완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명예교수는 “치솟은 사료값은 외면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할당관세 등을 도입하는 건 농민들에게만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사료용 곡물 수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농업 개발 사업을 확대하는 등 보다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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