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대체육 시장…'식물성 고기' 이어 '배양육' 개발 경쟁

입력 2022-08-15 15:24   수정 2022-08-15 15:25

‘트롱프뢰유(trompe-l’oeil)’는 너무 생생하게 묘사돼 마치 실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을 말한다. 요리에서도 사용되는데 과학적인 조리법을 활용하는 ‘분자미식학’의 주요 기법 중 하나다. 대표적인 음식이 ‘가짜 캐비어’다. 철갑상어의 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조류에서 나오는 알긴산나트륨을 이용해 톡 터지는 식감을 흉내 낸 음식이다.

대체육 기술은 현재 진행 중인 거대한 트롱프뢰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요리 차원이 아니라 기존 축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짜 같은 고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대체육의 종류는 크게 식물성 고기, 식용곤충, 배양육으로 나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T커니에 따르면 세계 육류 소비 시장에서 배양육과 식물성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40년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이내에 진짜 고기를 대체육이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대체육 시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것은 ‘식물성 대체육’이다. 대표주자는 미국의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다. 이들 기업은 햄버거용 패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대체육을 판매하고 있다.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진짜 ‘육식주의자’를 위해 고기 맛과 육즙을 보강하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코코넛오일을 활용해 고기의 질감과 육즙을 구현하고, 임파서블푸드는 고기 맛을 내는 핵심 성분인 헤모글로빈 속 헴(hem)을 콩의 뿌리에서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AT커니 전망치에 따르면 현재는 식물성 대체육의 성장이 두드러지지만, 2030년부터는 배양육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2040년 배양육이 육류 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300억달러(약 820조원)다.

배양육은 육류의 완벽한 트롱프뢰유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키워서 만드는 고기다. 이론상으로는 진짜 고기와 똑같은 대체육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비싼 가격이 상용화를 막아서고 있다.

배양육 생산 과정은 △초기 세포(스타터 세포) 추출 △배양액 및 성장 혈청 첨가 △지지체 부착 등 크게 세 단계로 분류된다. 단계별로 기술적 장애물이 높다. 양질의 스타터 세포 확보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고, 배양액과 지지체의 가격은 아직 너무 비싸다. 소의 태아 혈청을 활용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도 존재한다.

긍정적인 점은 세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배양육 개발에 나서고 있고, 기술적 허들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 배양육 햄버거 패티 한 장은 4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100만원 정도까지 저렴해졌다.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자체적인 지지체, 배양액 개발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윤리적 문제도 대체제를 찾아가고 있다.

토마호크나 삼겹살 수준은 아니지만, 배양육이 첨가된 가공식품이 나오는 것은 불과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인 <육식의 종말>에서 “소고기는 산림, 방목지, 강을 희생시키고 수백만t의 이산화탄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지구상에 빙하가 없는 땅 56%가 현재 공장식 가축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육류의 트롱프뢰유는 모두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일 수도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들이 올라오게 될까. 기술이 바꿔 가는 미래 식탁이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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