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진화하는 '가상 인간'…엔터테인먼트 미래 바꾼다

입력 2022-08-15 15:25   수정 2022-08-15 15:26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용감하고 정직해야 한다. 이기적이지 않으며 양심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소명을 받든 가상의 존재는 자신을 증명할 모험을 끝냈고, 요정과의 약속에 따라 나무 인형에서 사람이 된다. 피노키오는 동화 속에서 사람이 되는 꿈에 도전했지만, 최근의 가상 캐릭터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에서 ‘진짜 사람’이 되기 위해 각자의 여정을 떠난다.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은 더 이상 가짜 이야기가 아니다.
0.6초면 버추얼 휴먼 얼굴 생성
버추얼 휴먼은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캐릭터’라고도 불린다. 사람의 모습을 닮도록 최대한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각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 중 인지 감각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추얼 휴먼 역시 표정과 눈으로 사람들과 비언어적 소통까지 해낼 수 있다. 특히 외형적 요소가 중요한 이유다.

2차원(2D), 2.5차원(2.5D) 또는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이를 돕는다. 버추얼 휴먼을 실제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게끔 한다. 하지만 모든 버추얼 휴먼이 완벽할 수는 없다. 인공물이 실제 사람으로 오인하게 할 정도로 사실적이면서도 얼마나 빨리 완성할 수 있는지는 산업계 숙제다. 제작사들의 비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버추얼 휴먼 제작은 정교한 그래픽 기술과 효율적 업무 절차 마련, 그리고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에서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딥러닝 등 영상 처리를 위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점은 기대 요소다. 창작의 프로세스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 얼굴 디자인 분야는 대부분 현업에서 전문 3D 모델러가 수작업으로 몇 달간 디자인해야 했다. 하지만 딥러닝을 적용하면 0.6초 만에 가상의 사람 얼굴 하나를 디자인할 수 있다. 합성 분야도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가상 캐릭터를 합성해 생방송으로 현장의 진행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술 취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들’
그런데도 버추얼 엔터테이너는 실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실수로부터 오는 위험 요소를 제어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이유다. 기획에 따라 원하는 외모를 가질 수 있고, 연기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것이 모두 완벽할 수도 있다. 술에 취하거나 거짓을 말하지도 않고, 소속사와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 한번 스타로 자리매김하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가장 큰 숙제인 ‘불확실성’을 줄이는 솔루션이 된다.

이들을 키워내기 위해선 단순히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세기말의 사이버 가수’ 아담의 조기 은퇴에 대해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언급되기도 한다. 일본 로봇학자 모리 마사히로의 이론으로, 인간을 완전히 닮지 못한 로봇은 호감도가 떨어진다는 연구다. 하지만 아담과 불쾌한 골짜기를 연결하는 것은 현대 해석상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요즘의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면, 인공적인 느낌을 가미해 달라는 고객사 요청을 듣기도 할 정도다.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현업에서는 물론 콘텐츠의 스토리와 완성도로 화제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눈에 띄게 어색했을 때 역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기술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이미 시작된 가상 아이돌 팬덤
펄스나인의 ‘이터니티(ETERNITY)’는 첫 가상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이터니티는 가상의 얼굴로 활동하는 K팝 걸그룹이다. ‘인공지능(AI)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로 생성됐다. 이후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아이돌이 사람 아티스트만큼의 팬덤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의를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이터니티의 경우, 몇몇 팬들의 제안으로 ‘이터널’이라는 팬클럽이 우연히 생겨났다. 아직 작은 규모의 팬클럽이지만 팬아트와 팬픽, ‘K팝 밈(Meme)’ 등을 주고받으며 폐쇄형 SNS인 디스코드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신기루와도 같은 아이돌의 인기와 신화와도 같은 판타지적 세계관을 볼 때, 버추얼 아이돌 역시 기존 아이돌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장르가 다를 뿐이다. 어쩌면, 버추얼 아이돌이기에 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더 지구력 있게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장르가 열린 것이 아닌가 반문도 해본다. 버추얼 아이돌이 전하고자 하는 각자의 세계관과 철학, 음악과 춤,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이는 무대는 이제 하나씩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 갈 때다.
버추얼 아이돌, 자신을 증명하라
디지털 공간은 여가의 확장과 매체의 다변화로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픽스 기술의 발달로, 버추얼 휴먼 및 관련 콘텐츠의 제작비도 낮아지는 추세다. 블록버스터 스튜디오 급에서 개인 제작 스튜디오 비용 수준으로 내려왔다. 버추얼 휴먼은 디지털 공간에서 사용될 콘텐츠 제작비를 낮추고 보다 다양한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다.

현실의 사람보다 매력적인 가상 존재들이 나타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묻는다. 가상이어서 가능한, 독특한 스토리 안에서 움직이는 그들이다. 바야흐로 버추얼 휴먼이어서 가능한 새로운 콘텐츠 장르의 시대다.

아직은 이들이 사람과도 같은 살아 있는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아이돌은 팬덤으로,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인플루언서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으로 각자의 역할과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버추얼 휴먼은 사람을 표방하기에 결국 피노키오가 치른 성장과 진화에 대한 숙제가 동일하게 남아 있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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