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 고척돔서 태극기 펼쳤다…"4년만 서울, 사랑해" [종합]

입력 2022-08-16 00:01   수정 2022-08-16 07:37


8월 15일 광복절.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은 2만여 관객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약 4년 만에 내한한 미국의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이날 1시간 30여분간 단 한 순간도 무대를 비우지 않고 때론 폭발적으로, 때론 감성적으로 한국 팬들과 교감했다. "아이 러브 유 쏘 머치!" 태극기를 활짝 펼쳐 든 그의 입에서는 연신 사랑한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양갈래 머리, 박시한 티셔츠, 옷에는 '데드 오어 어라이브(Dead or alive)'라는 강렬한 문구. 심장을 울리는 거친 밴드 사운드에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제 자리에서 펄쩍 힘차게 뛰어올랐다. 멀리서 봐도 단숨에 그가 빌리 아일리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의 내한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처음 한국에서 공연했던 그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를 통해 다시 팬들과 만났다.

이날 공연은 우천의 영향으로 관객 입장이 지연되며 약 17분 늦게 막이 올랐다. 기대와 설렘이 만들어낸 적막을 깨고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는 시작부터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다.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오가며 '베리 어 프렌드(burya friend)', '아이 디든트 체인지 마이 넘버(I Didn't Change My Number)', 'NDA', '데어포어 아이 엠(Therefore I Am)'까지 거침없이 소화했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후 그는 "다시 만나서 반갑다. 4년 전 같은 날(광복절)에도 한국에서 공연했다"며 "다시 여기에 돌아올 수 있도록 불러줘서 고맙다. 오늘 우리 모두 춤추고, 뛰고, 소리 지르고, 미쳐 보자"고 외쳤다.

빌리 아일리시는 13세의 어린 나이에 '천재 아티스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 친오빠와 작업한 노래 '오션 아이즈(Ocean Eyes)'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이후 몽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의 곡으로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갔다.

어린 시절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던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 세계는 밝고 에너제틱한 틴에이저 느낌과 상반되게 딥하고 우울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면에 자리한 우울과 불안의 정서를 과하지 않게, 솔직하게 풀어내는 그만의 화법은 Z세대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

감각적인 사운드 위에 얹힌 퍼포먼스와 비주얼 콘셉트는 파격적이지만, 속삭이듯 나지막한 보컬은 반대로 자극적인 요소를 쏙 뺐다. 덕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것도, 깊고 진한 감성을 선사하는 것도 모두 가능한 빌리 아일리시였다. 이게 바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그만의 매력이다.


공연 시간은 약 1시간 30분으로 길지 않았지만, 빌리 아일리시는 단 일 분도 그냥 흘려보내는 순간이 없도록 알차게 공연을 채웠다. 화려한 무대 효과 없이도, 빌리 아일리시 자체만으로 무대는 다채롭게 꾸며졌다.

빌리 아일리시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박수와 호응, 스탠딩 등을 유도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이 앉아서 관람하는 지정석으로 운영됐지만, 눈을 맞추며 소통하려는 아티스트의 열정에 관객들도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뛰었다. 동시에 자신의 좌석은 벗어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의 묘미는 '소통'이었다. 빌리 아일리시는 '유 슈드 씨 미 인 어 크라운(you should see me in a crown)'을 부르며 양팔을 번쩍 들어 관객들과 함께 손뼉을 쳤다. '골드윙(GOLDWING)', '옥시토신(Oxytocin)' 무대에서는 그의 리드 하에 관객들이 떼창을 하거나 일제히 자리에서 뛰어오르며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공연장을 꽉 채운 떼창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으며, '빌리 보사 노바(Billie Bossa Nova)'를 부르는 중간에는 '손가락 하트'로 팬들을 웃게 했다.

친오빠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프로듀서 피니어스 오코넬과의 무대도 시선을 끌었다. 피니어스 오코넬의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유어 파워(Your Power)', 'The 30fh'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휴대폰 불빛을 밝혀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차분한 관객들의 모습에 빌리 아일리시는 "조용해질 때 너무 귀엽다"고 재치 있게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은 멜론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도 올랐던 '배드 가이(Bad guy)'다. 이날 '배드 가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뛰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특히 첫 내한 당시 빌리 아일리시는 국내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해 화제가 됐던 바, 이번에는 어떤 이벤트가 있을지 기대가 모였다. 이날 '로스트 커즈(Lost Cause)'를 부르던 중 빌리 아일리시는 객석에서 태극기를 건네받아 어깨에 걸쳤다. 이어 이를 손에 꼭 쥔 채로 노래했다.

모든 무대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다시금 태극기를 들어 보였다. 그는 태극기를 활짝 펼치고 무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사했다. 그러고는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서울! 다시 만나 너무 행복했고, 환영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연 주최 측인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번 공연의 티켓은 판매 시작 2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 일부는 환경단체 리버브(REVERB)에 기부된다. 티켓 한 장당 1달러가 기부되는 형식이다.

한편, 'Z세대 아이콘'으로 불리는 빌리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데뷔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이듬해 제 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신인상(Best New Artist),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까지 본상 4개를 싹쓸이했다. 이어 2021년 그래미에선 '에브리띵 아이 원티드(everything i wanted)'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포함해 2관왕을 달성했다.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OST인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로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발매한 두 번째 정규앨범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와 영국의 오피셜 앨범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8일 열린 제 42회 브릿 어워드에서 3년 연속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오브 이어(International Artist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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