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서 창업한 한국인, 日 시장 선택한 까닭 [긱스]

입력 2022-08-17 03:29   수정 2022-08-17 13:46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날로그 감성의 나라'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 되면서다. 일본 정부는 작년 9월 '일본 디지털청'을 공식 출범하며 본격적인 행정 시스템 온라인화에 나섰다. 원격근무가 늘면서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을 꾀하고 있는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있다. AI 인지검색 솔루션을 제공하는 '올거나이즈' 이야기다.
매출 70% 자치, 日에서 대박
올거나이즈는 지난달 26일 본사 기능을 미국 휴스턴에서 일본 도쿄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창업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17년 설립한 이 회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서울, 도쿄에 각각 지사를 두고있다. 이중 전체 매출의 70%가 도쿄 법인에서 나올만큼 일본에서 '대박'을 쳤다.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시장성이 높은 일본을 주 무대로 삼아 도쿄거래소에 본격적인 상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사진)는 16일 한경 긱스(Geeks)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일본처럼 문서와 매뉴얼이 많은 기업일수록 직원들이 정확한 답을 빠르게 찾아야 근무가 원활해지기 때문에 우리의 인지검색 솔루션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거나이즈는 이 대표의 두번째 스타트업이다. 그는 모바일게임 이용자 분석을 하는 '파이브락스'(5 Rocks)를 창업한 경력이 있다. 파이브락스는 2014년 미국 모바일 광고 플랫폼 운영사 탭조이에 400억~500억원대에 인수되면서 업계에서는 '성공한 엑시트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한 파이브락스 임직원 5명은 탭조이 본사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다. 그는 2017년 회사를 나와 AI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를 창업했다.

올거나이즈는 문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해 기업 업무 생산성을 돕는 인지검색 솔루션을 제공한다. 자연어 이해(NLU)에 기반한 AI 답변봇 '알리(Alli)'가 대표 상품이다. 회사 내부, 고객들에게 받는 문의사항에 대해 알리는 수많은 서류 더미에서 빠르게 답을 찾아준다. 키워드 추출, 감정, 리뷰 분석 API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알리는 여러 개의 문장을 가지고 스스로 질문과 답을 만들어 학습해 텍스트의 의도와 맥락까지 이해하는 AI 모델이다. 문서나 액셀에 포함된 표도 바로 인지하고 전체 내용을 하이라이트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질문을 하면 이에 대한 내부 시스템을 바로 연결해 처리되도록 한다. 하루에도 수시간씩 문서 검색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직장인의 업무를 대폭 줄여주는 셈이다.
분야별 1류 기업, 모두 고객사로 확보
회사의 강점은 '노태깅'이다. AI를 학습시키려면 라벨링이나 태깅(꼬리표를 다는 작업)이 필요하다. 알리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이 이미 공개된 수많은 텍스트, 질문 데이터로 학습된 AI다. 프로그램 구축에도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일본 대기업 한 곳이 미국 대기업의 AI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태깅 작업이 오래걸려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기존 미국 솔루션과 일본 로컬 기업들 모두 비교했을때 우리 솔루션 성능이 가장 좋게 나와 우리 고객사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거나이즈는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일본 유력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나갔다. 일본 1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을 비롯해 대형 통신사 KDDI,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커머스 기업인 이온(AEON) 등 화려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SMBC 금융그룹의 경우 고객사였다가 올거나이즈의 기술력을 보고 전략적투자(SI)를 단행했다. 직접 사용하다가 투자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AI 기술과 관련해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하는지가 AI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본다. AI 스타트업은 압도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AI 서비스와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올거나이즈 측은 "대기업은 범용적으로 다 잘하는 1등급 우등생일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한 과목을 수학올림피아드 수준으로 파야한다"며 "(올거나이즈는) 인지검색 분야에 특화해 경쟁력을 갖추고있다"고 답했다.
DX 스타트업, 너도나도 진출
그간 일본은 유독 일상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낙후된 행정 시스템이 부각되기도 했다. 보수적이고 메뉴얼을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문화 역시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 그랬던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DX 추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본 사업에 나선 국내 테크 스타트업들도 성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육 AI기업 뤼이드는 작년 말 일본 파트너사 '랑구'를 인수하며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랑구는 2019년부터 뤼이드의 AI 기반 토익학습 솔루션 '뤼이드 튜터'를 일본에 서비스한 기업이다. 뤼이드 튜터의 일본 유료앱은 출시 1주일만에 안드로이드 앱 교육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연 400% 매출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의료 AI 기업 루닛 역시 일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루닛은 일본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한 후 6개월 만에 자사의 AI 영상진단 솔루션을 137곳의 의료기관에서 이를 도입했다. 루닛은 2019년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했다. 일본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및 엑스레이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후지필름과 파트너십을 맺은 게 시작이다.

숙박 산업 디지털전환을 돕는 H2O호스피탈리티는 2017년 일본에 진출했다. 청소용역 파견 서비스 '하우스케어'와 온라인 숙박 예약·매출 관리 시스템 제공 업체 ‘호스포 얼라이언스(호스포)’ 등 일본 업체 두 곳을 인수하면서다. 당시 일본에서 법 개정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민박이 늘면서 시장에서 기회를 잡았고 성장가도를 달렸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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