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좀 볼 수 있을까요?”한 달여 전 ‘국내 최강 여자골퍼’ 박민지 선수를 취재차 만났을 때 불현듯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의 발 사진이 떠올랐다. 그가 ‘발레의 전설’이 된 이유를 설명해주는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발’ 사진 말이다. 작년(6승)에 이어 올해(3승)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최다승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세’ 골퍼의 손도 강 단장의 발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궁금증에 실례일 수 있는 요청을 던졌다.
잠깐 머뭇거리던 박 선수가 왼손을 내밀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굳은살은 손가락 마디마디는 물론 손바닥에도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하얬다. 장갑을 왼손에만 끼기 때문이다. 햇빛에 까맣게 그을린 오른손은 남의 손인 듯했다.
지독했던 훈련은 박 선수에게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스윙’과 한여름 땡볕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선사했다. 이 덕분에 그는 고등학생 때 국가대표가 됐고, 프로로 전향한 뒤엔 KLPGA를 평정했다. 그러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다시 업계의 유행어가 됐다.
얼마 전 만난 강 단장도 기자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다.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발레리나 강수진은 없었다”고. 그래서 “못생긴 발을 부끄러워한 적 없다”고.
따지고 보면 노력 없이 대가가 된 사람은 없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마이클 조던도 세상이 다 아는 연습벌레였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서른 아홉번이나 고칠 정도로 공들여 글을 썼고, ‘전설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6시간씩 연습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건 세상사 당연한 이치다. 그래야 다들 맡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애쓸 것이고, 그 힘이 모여 세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헛다리 짚은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도 “열심히 일할 필요 없다”고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해외 경쟁업체보다 빨리 신제품을 내놔야 할 대기업 연구개발(R&D) 인력도,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주 52시간 트랩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
‘열심히 일하는 인력’은 폐허였던 대한민국을 10대 경제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단 하나의 자원이었다. 남들이 다 갖고 싶어 하는 이 소중한 자원을 우리 스스로 내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함께 ‘땀방울’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책 전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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