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내분에 빠져 연금개혁 미루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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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18 17:23   수정 2022-08-19 00:12

“국민연금 고갈은 미래 세대에 정말 큰 문제인데 3년 동안 정부는 단일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다. 남은 대통령 임기 18개월 안에 개혁안을 언제 내놓겠나.”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몰아세우며 한 말이다.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2년 넘게 헛물만 켠 문재인 정부를 질타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구성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주 의원이 맡게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공무원연금특위 위원장도 맡아 공무원연금 개혁을 성공시킨 바 있다.

하지만 연금개혁특위는 여당 내홍이라는 난관을 만나며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 공개로 촉발된 국민의힘 지도력 공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주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게 원인이다. 전당대회 시기를 조율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소송에 대응하느라 연금개혁 논의 주도는 언감생심이다. 국회 관계자는 “연금개혁특위는 활동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주 의원의 당 비대위 활동이 종료돼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대표가 선출돼야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연내에는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도 못 한다는 의미다. 정권 출범 3개월이 넘도록 장관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복지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주 의원이 비판했던 문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더 빨랐다. 2017년 7월 복지부 장관이 임명되고 여당과 논의를 통해 12월 관련 논의 기구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다.

주 의원을 대신해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을 여당 의원은 없을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주 의원이 떠밀리듯 맡은 자리라 어려울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이슈인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할 만한 다른 중량급 정치인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개혁은 시작과 함께 표가 떨어질 이슈”라며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논의 지연을 내심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듯 국민연금 개혁은 이번 정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논의와 사회적 합의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정권 초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윤 정부는 초반 속도에서 지난 정부에 뒤처지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였는지 당정 주요 인사들이 자문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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