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민간주도성장' 성공하려면…

입력 2022-08-22 17:34   수정 2022-08-23 00:10

“저는 ‘맥락’이라는 말이 싫습니다. ‘분위기’만큼이나 어려워요.”

지난주 화제 속에 종방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한 대사다. 말이나 글의 앞뒤 상황과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은 비단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이해할 대상이 국가 정책이라면 뭣보다 정보의 양이 많아 길을 잃기 십상이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맥락은 무엇일까. 이에 답하려면 대통령에 이어 취임 100일을 넘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00여 일간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단어는 ‘비상’이다. 비상경제회의, 비상경제민생회의 등 대통령 주재 경제 관련 회의 대부분에 비상이 붙었고 비상경제장관회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등 부총리 주재 회의들도 그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때가 2월 하순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코로나19로 2년간 0%대로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때가 3월이다. 한국도 인플레이션과 환율 불안, 무역수지 적자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은 진행 중이고 인플레이션도 정점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아직 비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 맥락을 이해하려면 비상 상황과 무관하게 계획되고 발표된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부총리 취임 한 달여 만인 6월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있다. 키워드는 ‘민간주도성장(민주성)’으로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가 밀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주목받는다. 민주성은 방법의 구체성에서는 소주성만 못 하지만, 경제이론과의 정합성이나 원칙으로서의 타당성으로는 소주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상적인 경제 성장은 민간이 자유롭게 창의를 발휘할 때 가능하고,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확인하는 최고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이란 그 자체로 옳은 말이다. 이를 새삼스레 되짚어야 할 만큼 경로를 이탈했던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정부주도성장의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이다 보니 정부가 이를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기본은 개인과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해물이 규제다.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내세운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추진되지만 없어진 규제보다 더해진 규제가 많다는 느낌 때문에도, 새 정부가 하겠다는 규제 혁신 역시 ‘원인 투아웃 룰(one in two out rule)’ 같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됐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시큰둥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더구나 규제 개혁은 진행에 시간이 걸리고 눈에 띄는 결과를 빨리 볼 수가 없어 정치적으로 인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규제 개혁은 필수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반드시 우직하게 추진해야 한다.

규제 혁신이 단기에 가능하지 않으니 눈에 보일 변화 역시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민간이 주도할 공간이 확보되려면 정부는 자신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두 가지 측면에서 통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씀씀이를 통제하는 것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이후 이와 관련된 계획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세금을 덜 걷고 지출도 줄인다는 것이다. 적자만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많이 걷고 그 범위 안에서 많이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함을 명확히 했다. 둘째는 빚을 통제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 정부에서 국가채무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새 정부는 적자와 빚을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겠다고 한다.

큰 기조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충분히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행 차원에서 지출을 충분히 줄일 수 있겠냐는 것이다. 공약 이행과 돌발 상황 발생, 추경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행과 함께 중요한 것은 경제정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자면 소통 방식은 더 고민돼야 한다. 맥락을 전달하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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