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2013년 버블 붕괴 후 오랜 침체기에 빠진 자국 경제 부활을 위해 ‘과감한 성장 전략’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을 대책으로 내놨다. 산경법은 ‘과감한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불린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모두 다 해보자’는 철학 아래 사업 재편에 대한 세제·금융 등 지원 방안을 총망라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산경법을 통한 정부의 전폭적인 기업 지원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때 고시다카홀딩스는 산경법의 ‘스핀오프(분사창업)’ 지원 제도로 눈을 돌렸다. 사업 재편 기업으로 승인되면 비과세 혜택을 받고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완화를 통해 의사결정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분할에 성공하면 사업 부문별 개별 평가를 통해 기업 가치 상승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업별로 경영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커브스가 신속한 스핀오프에 성공하면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았고, 더 많은 금융 지원을 얻게 됐다. 이는 코로나 위기를 돌파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후 노래방 사업은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면서 올해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커브스 회원 수도 70만 명으로 반등했다. 도쿄 본사에서 만난 도이 요시히토 고시다카홀딩스 상무는 “처음 회사 분할에 반대하던 해외 주주도 사업 재편 지원제도에 대해 들은 뒤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결과적으로 스핀오프 성공이 회사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도쿄전력 퓨엘&파워와 중부전력이 제라(JERA)로 통합한 것도 비슷한 성공 사례다. 제라는 통합 후 발전연료 조달부터 발전, 전력·가스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제라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만 지난해 850억엔에 달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소니와 전자제품회사 TDK는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 재편에 성공했다.
일본 기업들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산경법을 적극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로 ‘차별 없는 지원’이 꼽힌다. 사업 재편 지원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을 없앴기 때문이다. 김삼식 KOTRA 일본지사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상호 M&A를 할 때도 산경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양국이 사업 재편 분야에서 협력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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