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살려달라"…月 실수령액에 한숨 깊어진 공무원들 [이슈+]

입력 2022-08-27 13:33   수정 2022-08-27 14:00



"솔직히 많이 답답하죠. 저도 이제 가정도 꾸려야 하고 결혼도 생각하고 있는데,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1000명이 넘는 독거노인을 담당하는 창원시 8급 공무원 백 모 씨의 말이다. 백 씨는 최근 M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월 실수령액이 180만 원 정도에 그친다면서 이같이 토로했다.

7년 차 공무원인 정 모 씨의 사정 역시 백 씨와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정 씨는 본봉 190여만 원에 수당 등을 합쳐 203만3790원을 받았다. 정 씨는 퇴직 후에 받을 수 있는 공무원 연금까지 줄어들면서 '요즘엔 공무원 시험을 왜 준비했나' 하는 자괴감까지 느낀다고 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공무원들의 비슷한 고민이 자주 포착된다.


한 7급 공무원은 월급 명세서를 캡처해 올리며 "우리 좀 살려달라. 최소한 물가 상승률은 맞춰달라"고 적었다. 그의 월급 명세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세전 급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약 255만 원이다. 세금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99만8000원 정도다.

이를 본 다른 직장인들은 "저 정도면 혼자 살아야겠다", 맞벌이는 필수겠네", "아이 학원은 못 보내겠네", "공무원 왜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때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꿈의 직업'으로 꼽히던 공무원의 인기가 점점 시들해져 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 대 1이다. 2011년 93 대 1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오다가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이 30 대 1 이하로 내려간 것 역시 30년 만에 처음이다. 7급 공무원 경쟁률 또한 42.7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재직 기간 5년 미만 퇴직자도 1만693명으로, 2017년(5181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소위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이 낮은 보수 등을 이유로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지방직 공무원 A(29) 씨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들인 공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고 기대했던 것보다 '워라밸'도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의 '2022년 공무원 봉급표'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초임(1호봉) 월 기본급은 168만5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 191만4440원보다 약 23만 원 적다. 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월 환산 시 201만580원인데 9급 1호봉의 임금은 2% 인상되더라도 199만5130원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여전히 밑돌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임금 물가연동제' 적용을 요구한 박운평 구리시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지난 24일 구리시청 앞 1인 시위에서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국민의 봉사자로서 고통 분담을 강요하려면 생활임금부터 보장하라"며 "올해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 전년 동기 대비 6.7% 상승했지만, 공무원들의 실질적 임금은 삭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낮은 보수와 함께 젊은 공무원들의 근무 의욕을 떨어뜨리는 공직 문화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대대적 혁신 작업을 마련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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