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그룹 물류 계열사인 LX판토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3.83%를 사들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LX그룹의 지분 매입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원태 회장 체제를 흔든 경영권 분쟁이 이번 투자로 사실상 종식됐다. 조 회장과 우호 주주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한 반도그룹이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조 회장(지분율 5.78%)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8.73%에 이른다. 산업은행(10.49%) 델타항공(13.21%) LX판토스(3.83%) 네이버(지분 0.99%) 등 우호 주주 지분까지 합치면 47.25%에 이른다.
조 회장과 반목 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 지분은 2.06%며, 우호 주주 여부가 불분명한 호반건설 지분은 16.44%다. 합쳐도 18.5% 수준으로 조 회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고, 경영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한진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4년 동안 한진칼은 3자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격을 받아왔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인 KCGI는 2018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여기에 반도그룹과 조 전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KCGI는 올초 보유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넘겼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해소된 만큼 조원태 회장의 경영활동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X판토스는 전 세계에 360여 개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한 회사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항공 물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항공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한 전세기 대여 규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네 배 가까이 늘렸다. 일정 기간 항공사로부터 여객기를 빌려 화물의 유치·계약·배송·하역 등 운송 단계를 총괄하는 방식이다. 이번 지분 투자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호반건설이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사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주당 6만원 안팎에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그라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의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2.97%(1800원) 떨어진 5만8800원에 마감했다.
김익환/강경민/이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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