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주하는 중국 원격의료…한국은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입력 2022-08-29 18:01   수정 2022-08-30 06:52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이 지난해 346억9000만위안(약 6조7570억원) 규모로 6년 전보다 8.5배 커졌다는 소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김욱 건국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중국 원격의료 산업의 발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코로나19라는 기회를 활용해 국가적으로 낙후했던 원격의료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35년째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의료 강국이면서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원격의료 분야에선 후진국으로 뒤처진 것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현행 의료법 제17조와 제17조의 2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 및 처방전 발급을 금지하고,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간 원격자문만 허용하고 있다.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원격 환자 모니터링, 온라인 의약품 판매, 원격 수술 등이 모두 가능한 중국과는 천양지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중 한국 칠레 체코 등을 제외한 32개국이 이미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만 ‘갈라파고스’로 전락해가는 모습이다. 이러다가 2020년 255억달러에서 2025년 556억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에 발조차 못 담그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보건권 측면에서도 원격진료는 필수다. 고령자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고,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국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약 2년간 총 352만 건, 매일 5166건꼴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지만 우려하던 병원 쏠림과 오진 문제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더 이상의 소모적 대립을 멈추고 원격의료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 규제를 ‘원칙 허용, 예외 금지’ 방식의 사후적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과감히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혈압·당뇨·부정맥 등의 재진 환자부터 점차 시행해 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해외 대형 원격의료 회사에 국내 시장을 뺏겨 중소 병·의원이 폐업 사태를 맞는 것은 시간문제인 만큼 의료계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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