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 이끄는 英 왕립예술대

입력 2022-08-30 17:30   수정 2022-08-31 00:13

1차 산업혁명 시기에 설립된 대학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 자리 잡은 왕립예술대학교(RCA) 이야기다. 1837년 문을 연 RCA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예술 및 디자인 교육 기관이다. 각종 평가에서 극찬받았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는 1994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 8년 동안 1위에 올랐다. 쟁쟁한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현대 조각의 선구자인 헨리 무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산업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 그리고 프리미엄 가전제품 제조사 다이슨의 설립자 제임스 다이슨 등이 동문이다.

하지만 명성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애플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였던 조너선 아이브 총장이 이끄는 대학은 야심찬 교육 혁신을 추구한다. 과학, 기술, 공학 그리고 수학 관련 소양을 기르기 위해 고안된 ‘스템(STEM) 교육’에 예술 학습을 접목한 ‘스팀(STEAM) 교육’을 창의적으로 적용한다. 학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자 한다. 독창적인 해법을 찾아내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드는 21세기형 동량을 양성하려고 한다.

개혁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교육 체계를 개편한다. RCA는 파격적인 교과 과정을 도입 중이다. 데이터 시각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다루는 컴퓨터공학 외에 로봇공학과 재료과학이 새로운 수강 과목에 포함돼 있다.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사용자 중심 기술 개발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다. 전공 사이에 교류와 협력을 장려한다. 1년에 한 번씩 소속 학과와 관계없이 수업에 참여하고 학점을 이수할 수 있게 한다. 구성원들은 고령화, 도시화, 지구 온난화와 같은 첨예한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응을 함께 모색한다.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차세대 제조공정 그리고 헬스케어 연구소에서 머리를 맞댄다.

둘째, 학문과 기업 활동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 RCA는 “학문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며 이윤 추구를 적대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연구 및 창작 결과물에 대한 상업화를 전폭적으로 장려한다. 발명, 상표, 디자인을 비롯한 산업재산권과 음악, 미술, 영상의 저작권 출연을 돕는다. 수익에 대해 일정한 지분을 보유하는 조건으로 투자한다. 창업을 권장한다. ‘이노베이션RCA’라는 이름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시드 펀드, 비즈니스 플랜 작성, 제품 개발, 회계와 법률 서비스 등 전방위 지원을 제공한다. 우량 신생 기업을 매해 20개 이상 배출하기 위해서다.

셋째, 교육 인프라 확충에 매진한다. RCA는 켄싱턴과 화이트시티에 있는 캠퍼스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한편 템스강 남단 배터시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건축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총비용 1억3500만파운드를 투입한, 최첨단 실험실습 설비로 가득한 ‘라우징 연구 및 혁신 빌딩(RRIB)’을 열었다. 인력 확보에도 열심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LBS)과 협동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임페리얼칼리지를 비롯한 과학 기술 및 의학 특화 대학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취약한 분야의 교수진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개교 185주년을 맞는 전통 명문의 뼈를 깎는 변화 노력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대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청년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했다. 사회와 산업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교육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취업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묻지마식’ 양적 팽창의 결과다. 숨 막히는 규제와 기득권 다툼이 빚은 비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개혁을 핵심 정책 아젠다 중 하나로 지목하고 규제 혁파와 대대적인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전국에서 RCA에 버금가는 혁신이 전개될 수 있기를,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위기 극복의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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