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금리 급등을 주요인으로 꼽는다. 전세대출 금리는 연 5%대로 올랐는데 전·월세 전환율은 4%대이니, 세입자들로선 월세 낀 전세(일명 준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준전세 수요만 늘고, 순수 전세 수요는 줄었다. 대출받아 셋집을 옮겨볼까 하던 사람들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란 뉴스에 마음을 접었다.
이 대목에서 경제학 연구의 중요 전제 중 하나인 ‘케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를 떠올려본다. 만약 금리에 큰 변동이 없었다면(케테리스 파리부스) 지금쯤 전국은 전세대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을지 모른다. 임대차 규제의 부작용은 실로 어마어마할 수 있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이다. 금리 급등에 전세대란은 비켜가고, 약자에게 그나마 덜 가혹한 역전세난이 출현했다. 하지만 2년 뒤 전세 가격이 뒤미처 급등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나의 변수가 어떤 파급 경로를 거쳐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크기는 몰라도, 방향성은 내다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정부에서 급증한 반(反)시장적 정책은 그 운명이 이미 결정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 실패를 목격하고도 윤석열 정부는 중기 납품단가연동제를 다음달부터 시행하겠다고 하고,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폐지’에서 ‘유지’로 방침을 바꾸려 한다. 야당과 민생 행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좋은데,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 민생을 살찌우기보다 경쟁을 제한하는 영역 지켜주기에 머무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은 ‘서민 민생’만을 뜻하는 것이니 그렇다 쳐도, 새 정부가 비슷한 느낌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그 속에서 무슨 변화와 혁신, 창의가 샘솟겠나. 이전 문재인 정부랑 무엇이 다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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