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리·김녕리…이 마을엔 특별한 게 있다

입력 2022-09-01 17:30   수정 2022-09-02 02:12


‘수산이’라고 불리는 푸른 호수 위엔 연꽃이 가득하다. 연못 위 정자에는 부녀회원들이 둘러앉아 시끌벅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돌로 만든 다리를 건너 정자로 건너가자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마을’이다. 사람들이 놀러온다는 소식에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 간식을 만들어 ‘웰컴 푸드’로 내준다. 별 모양으로 빚어 들기름에 튀기듯 구운 기름떡은 설탕을 묻혀 첫맛은 달고 끝맛은 고소하다. 옆에는 메밀 피 안에 무로 만든 속을 넣은 빙떡이 있다. 옛날부터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던 향토 음식이다.

마을의 상징인 연못은 이곳 사람들의 성장 과정이자 삶의 터전이다. 한쪽 구석엔 빨래터가 있었고, 다른 한쪽은 어린아이들이 수영을 배우던 천연 수영장으로 쓰였다. 마을의 사무장을 맡고 있는 양영선 씨는 아직도 어릴 적 연못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다리 뒤 너른 잔디밭에는 간이 골대가 있다. 얼기설기 얽힌 골대 그물이 엉성해 보이지만, 이곳은 마을 이장배 축구대회 구장이자 주민이 모두 모여 체력을 겨루는 체력장이 되기도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덕천리 마을은 10월부터 외지 사람들에게 야영장이 돼 준다. 넓은 잔디 공터에 텐트를 칠 수 있게 하고, 바비큐장도 설치해 준다. 같이 여행 온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이곳 마을 주민과 제주 음식을 요리하고, 고기도 구워 함께 먹는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마을 일원이 돼 하룻밤을 보내는 셈이다. 낮에는 마을 청년들과의 ‘축구 한판대회’도 열린다.

이런 경험은 제주관광공사가 내놓은 여행 상품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여행자들이 현지인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한 마을여행 상품 ‘카름스테이’를 기획했다.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제주의 작은 읍·면 지역까지 직접 느껴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김녕 해변을 끼고 있는 구좌읍 김녕리엔 특별한 ‘삼춘들’이 있다. ‘삼춘’은 이웃사촌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뜻하는 말이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서로를 이름 대신 삼춘이라고 부른다. 마을에서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이웃을 향한 애칭이나 다름없다. 이곳에 오는 모든 방문객은 딱 하루 만에 김녕리에 살고 있는 수십 명의 삼춘이라는 인연을 만들어 간다.

예로부터 해녀가 많았던 김녕리 마을. 이곳을 찾으면 해녀들이 물질할 때 부표가 돼주는 ‘테왁’을 만들어볼 수 있다. 김녕 바다 앞에 가면 마을 사람들과 해녀들이 즐겨 찾는 숨겨진 ‘다이빙 포인트’도 있다. 실컷 뛰어들고 물질하며 놀다 나오면 해녀 삼춘들이 직접 만든 시원한 제주 청귤차를 내어준다. 대가는 함께 마을 뒷정리를 해주는 것. 이렇게 잠깐 찾아온 이들은 김녕 삼춘들과 하나가 된다. 이것저것 보고 또 먹기 바쁜 제주도 여행에 지쳤다면, 머물렀다 가는 마을 여행이 제주에 대한 색다른 기억을 심어줄 것이다.

제주=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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