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인도계 CEO

입력 2022-09-02 17:41   수정 2022-09-03 00:08

인도 최고 명문인 인도공과대학(IIT)에 들어가려면 평균 2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IIT에 떨어진 학생들이 미국 MIT로 유학간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것이다. 여기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등 미국 유명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게 인도 학생과 부모들의 바람이다. 글로벌 기업의 많은 인도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런 코스를 밟았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트위터의 파라그 아그라왈 CEO 등이다.

비단 IIT가 아니더라도 인도에서 공부하고 미국 대학을 나온 인도계 CEO들이 글로벌 기업을 속속 장악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티아 나델라), 어도비(샨타누 나라옌), 마이크론테크놀로지(산자이 메흐로트라) 등 빅테크 CEO는 인도계가 거의 싹쓸이했다. 2000년대 중반 인드라 누이가 펩시코 CEO를 지낸 이후, 지금은 제약업체 노바티스와 샤넬 CEO, 마스터카드 회장 등으로 진출 분야도 넓혔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 CEO인 락스만 나라심한을 차기 CEO에 선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코로나 충격과 이후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스타벅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인도계 CEO를 선택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21% 줄었다. 해외 최대 시장인 중국 내 매출이 같은 기간 44% 감소해 위기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나라심한은 인도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맥킨지, 펩시 등을 거치며 소비재·유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이렇듯 세계 최고 기업들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영어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한 백인 주류사회와의 네트워킹 노력이다. 이런 모습은 요즘 인도계 등장인물이 빠지지 않는 미국 TV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도 현지 낙후한 산업과 기업 환경, 카스트 신분제도 때문에 미국에 정착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인재풀의 저변을 넓혔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인도계 비중은 무려 30%대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순발력과 창의성을 앞세운 특유의 기업가정신(Jugaad·주가드), 다문화 전통에서 생겨난 포용력 있는 자세 등도 인도 경영자의 장점으로 꼽힌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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