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 운임 9개월새 44% 추락…HMM·팬오션 '실적 잔치'는 끝났다

입력 2022-09-04 18:10   수정 2022-09-13 16:14

‘해운업계 맏형’ HMM 주주들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어둡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6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보유 현금만 12조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10조원대로 보유 현금마저 밑돌고 있다. 해운업계의 ‘슈퍼 사이클’이 끝났다는 관측이 이 회사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사 실적을 가르는 해상 운송료 지표도 추락 중이다.

상장사 4위 영업이익에도 HMM 외면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은 올 상반기 매출 9조9527억원, 영업이익 6조856억원을 거뒀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86.6%, 152.7%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28조2185억원)와 SK하이닉스(7조522억원) SK(6조6311억원)에 이어 가장 컸다.

다른 해운사들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팬오션은 올 상반기 매출 3조1631억원, 영업이익 4079억원을 거둬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74.7%, 153.4% 뛰었다. 장금상선 에스엠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등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해운업계는 올 상반기 국내 해운사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현 HMM) STX팬오션(현 팬오션)을 비롯한 한국 해운사는 1990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해운업계를 주름잡았다. 글로벌 화주들을 고객으로 두고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 해운사의 전성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끝났다. 적자를 이어가면서 대한해운이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해운업계는 2020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터널을 빠져나왔다. 한진해운 등이 파산하면서 항로를 오갈 선박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데다 코로나19 직후 해상 운송량이 폭증한 결과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로 중국 상하이항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15개 항로의 단기(spot)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1월 7일 사상 최고인 5109.6을 찍기도 했다. 2019년 700~800선을 오가던 SCFI가 7배가량 뜀박질한 것이다.
꺾이는 운임…목표가 줄줄이 하향
하지만 최근 들어 해운업계의 전성기가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운업계 실적을 판가름하는 SCFI는 지난 2일 전주보다 306.64포인트 내린 2847.62를 기록했다. 이 같은 낙폭은 SCFI 통계를 작성한 2009년 후 가장 컸다. 역대 최대치인 올 1월 7일(5109.6)과 비교하면 44.26% 떨어진 수치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달 31일 52포인트 내린 965를 기록하며 2020년 6월 12일(923) 후 가장 낮았다.

해상 운송료 지표가 추락하는 것은 해운사들이 발 빠르게 선박을 늘린 영향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위권 밖인 글로벌 해운업체들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항로에 선박 투입량을 늘리면서 운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7~2022년 해운사들이 조선사로부터 넘겨받는 신규 컨테이너선이 100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내년에는 250만TEU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동량 증가 폭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올 하반기에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주요 선진국의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 수요도 덩달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는 해운사들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신영증권은 HMM 목표주가를 4만2000원에서 2만4500원으로 낮췄다. 대신증권은 2만9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팬오션 목표주가를 1만1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낮춰 잡았다.

해운사들의 공격적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 선복량을 현재 82만TEU급에서 120만TEU급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벌크선은 현재 29척에서 5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 등이 2000년대 중반 호황기에 선박을 비싼 값에 대규모로 빌려 쓰는 영업(용선)을 확대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며 “해운 경기가 꺾이면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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