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파운드의 몰락…'1파운드=1달러' 마지막 자존심까지 위협

입력 2022-09-05 15:45   수정 2022-10-03 00:01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외부 요인으로는 미국 달러의 강세, 내부 요인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1파운드의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밀릴 만큼 통화 가치가 주저앉는 사상 초유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

5일 외환시장에서 파운드 가치는 한때 1.145달러대로 밀리며 1985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올해 들어 15% 떨어졌다.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강(强) 달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및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를 이어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자 다른 통화들은 모두 약세다. 유로화와 달러의 등가(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지며 유로화 가치는 1달러 아래로 밀렸다. 일본 엔화·달러 환율은 최근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0엔을 돌파했다. 엔화·달러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여기에 영국 경제 자체의 취약함까지 가세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등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영국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1% 올랐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영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로 22%를 내놓았고 경제 역성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대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데도 불구하고 파운드 가치 방어에는 고전 중이다. 금리 인상으로는 영국 물가를 통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서다.

시장에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통화 중 하나였던 파운드의 가치가 역사상 최악의 저점까지 추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파운드화 가치의 주요 저점으로는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 1.09달러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1.38달러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1.21달러 등이 있었다.

영국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내년 중 파운드 가치가 1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파운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76년 사태가 재현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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