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오히려 땡큐!…자동차주, 고생 끝에 랠리 온다

입력 2022-09-11 07:30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대표 피해주로 꼽혔던 자동차주가 향후 1~2년 내 IRA의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당장은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단기적 타격은 있겠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론 법안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자동차주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자동차주인 현대차는 지난 8일 2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는 지난 5일 올 1월 21일(종가 기준 20만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20만원을 회복한 뒤 4거래일 연속 20만원대를 이어갔다. 기아는 8만900원에 장을 끝냈다.

자동차주는 최근 '환율 효과'에 힘입어 하락장 속 선방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지난 일주일간 코스피 지수가 2.69% 내릴 때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3%, 1% 올랐다.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설움을 단숨에 씻어내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 강달러 타고 질주중
원화 약세는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한다. 달러를 원화로 바꿨 때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결국 1380원선마저 돌파했다. 지난 8일 종가는 1380.8원이다. 반도체난 해소에 따른 생산 회복, 판촉비 하락 등의 효과로 수익성 증대가 기대되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자동차주가 상승세를 지속할지 여부다. 자동차주는 역사상 '최대 친환경 산업부양안'으로 불리는 IRA 법안의 대표 피해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한때 급락하기도 했다. 법안에는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법안이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되면서 현대차·기아는 당장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비싼 전기차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최종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현대차·기아의 주가가 3~4% 약세를 보인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은 빨라야 2024년 하반기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회사 측은 IRA에 대응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착공 시기를 올 하반기로 앞당겼다. 통상 전기차 공장 설립에 약 2년이 걸리는 만큼 완공 시점이 2025년 상반기에서 6개월 빨라지게 됐다. 현지 공장 내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면 보조금 혜택을 받기까지 2년 정도의 시차가 생긴다.

이러한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차는 당초 올 연말로 예정됐던 제네시스 GV70 전기차의 생산 시기를 올 11월로 앞당기고 라인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보조금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새 전기차 공장을 일단 빠르게 완공한 뒤 증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물론 GV70 전기차는 프리미엄 모델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매출 차질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장 주력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국내에서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IRA 시행과 함께 보조금은 끊긴 상태다.
현대차, IRA 피해주?…장기적으론 '수혜주'
하지만 생산 라인 개편을 통해 현대차와 기아가 이같은 악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알라바마와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 EV6, EV9의 생산이 예상된다"며 "라인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은 3개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물량 이관에 앞서 노동조합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넘길 경우 노조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체협약 조항 때문이다.

현지 생산 체계가 구축되면 장기적으로 현대차·기아가 보조금 수급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비싼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차량 가격 상한 조건이 상대적으로 값싼 현대차·기아 전기차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IRA에 따르면 보조금은 세단 기준 5만5000달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밴 기준 8만달러 이하 차량에만 지급된다. 제네시스 대표 전기 SUV GV60의 북미 소비자권장가격(MSRP)은 5만8890달러로 가격으론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3만9950달러)와 기아 EV6(4만1400달러)도 마찬가지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보조금은 일반 세단, 중소형 SUV 타입의 전기차에 집중될 전망"이라며 "현대차그룹은 GV60, GV70 전동화 모델 등 제네시스 기반 전기차도 보조금 가격 상한폭을 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센티브를 받기 오히려 쉬운 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IRA 시행으로 시장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지만 아직 중국과 유럽보단 규모가 작은 만큼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 1위에는 중국(247만4000대)이 올랐다. 유럽(114만1000대), 미국(50만8000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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