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신 분당에 올인"…아들 신혼집 해준 엄마 '돈벼락'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09-10 07:00   수정 2022-09-10 17:04


“테슬라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3년 만에 40억을 벌었다는 기사에 깜짝 놀랐다” “일반 개인 투자자 중에 전세금 빼서 테슬라에 ‘몰빵’할 강심장이 몇 명이나 되겠나”

한국경제가 지난 3일 보도한 《전세금 3억 빼서 몰빵…3년 만에 강남 입성한 주부 [테슬람이 간다] : 테슬라 vs 부동산》기사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테슬라 주가와 서울 주요 6개 아파트의 지난 5년간 가격 상승률(올해 6월 말 기준)을 비교해본 결과는 테슬라의 압승이었습니다. △테슬라 5년 수익률 831%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26%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143%였습니다. 주식 수익률이 높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같은 기간 ‘국민주식’ 삼성전자는 20%에 그쳤습니다.

“집 한 채 사는 게 부동산 투자?”
이 같은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용 집 한 채를 주식 투자와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부동산 투자의 강점은 안정적 ‘레버리지’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수익 증대를 위해 부채를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전략을 뜻합니다. 흔히 집을 살 때 대출을 끼는 것도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입니다.

이 전략은 그러나 ‘양날의 검’과도 같습니다. 자산이 상승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투자 원금마저 날릴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부에선 개인이 집을 매입할 때 쓰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방식으로 규제합니다. 2022년 9월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도권 아파트의 LTV는 40%, 9억 초과 아파트는 20%, 15억 초과는 담보대출이 금지됩니다.

서울 주요 아파트가 이미 15억원을 넘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없는 걸까요. 한국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 문화가 있습니다.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대출 대신 세입자의 전세금을 끼고 집을 매입합니다. 이를 ‘갭투자’라고 합니다. 초기에 적은 투자금으로 집값 상승의 수혜를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레버리지 투자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수도권 아파트 갭투자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테슬라 주식과 비교해봤습니다.


마래푸 5년 갭투자 수익률 413%
분석 대상으로 2017년 6월경 전세가율이 비교적 높았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6곳을 선정했습니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뜻합니다. 실거래가 5억원의 아파트 전세가 2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전세가율은 50%입니다. 갭투자자들은 보통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선호합니다. 초기 투자금이 적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국토부에 신고된 지난 6월 실거래가를 기준(부동산 앱 호갱노노 참조)으로 했고, 취득세?재산세?양도소득세 등의 세금 및 기타 경비는 계산에서 제외했습니다.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마용성’ 시대의 간판입니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를 재개발한 3885세대의 이 단지는 입주한 지 8년이 됐습니다. 마래푸는 2017년 6월 34평형(전용 84㎡)이 8억83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전세가는 6억5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74%였습니다. 전세를 끼고 초기 투자금 2억2800만원으로 매수했다면 5년 뒤 18억2500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제외한 갭투자 수익률은 413%로 9억4200만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성동구 옥수동은 강남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주거지입니다. 동호대교를 건너면 바로 압구정동입니다. 옥수동의 대장 아파트는 2012년 입주한 래미안옥수리버젠입니다. 이 아파트는 2017년 6월 33평형(전용 85㎡)이 9억7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전세가는 7억37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76%였습니다. 전세를 끼고 2억3400만원에 매수했다면 5년 뒤 21억원에 처분할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뺀 갭투자 수익률은 482%로 11억2900만원의 시세차익을 보게 됩니다.



서울 노원구는 한때 ‘갭투자 성지’로 불렸던 지역입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에 학군까지 갖추고 있어 신혼부부 등에 인기 주거지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전세가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1995년 입주한 상계동 한신 아파트는 5년 전 전세가율이 79%에 달했습니다. 2017년 6월 31평형(전용 85㎡)이 3억5500만원에 거래됐고 전세가는 2억8000만원이었습니다. 전세를 끼고 7500만원에 매수했다면 5년 뒤 3월 6억9000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뺀 갭투자 수익률은 446%로 3억3500만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천당 밑에 분당’ 갭투자로 8배 수익



일산은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의 쌍두마차입니다. 호수공원을 비롯해 자연환경이 좋고 상권과 학군도 발달 돼 있습니다. 서구 후곡마을은 일산 학군의 중심지입니다. 오마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초품아’ 후곡 9단지 LG·롯데아파트는 2017년 6월 27평형(전용 71~72㎡)이 3억6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전세가는 2억9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82%에 달했습니다. 전세를 끼고 6500만원에 매수했다면 5년 뒤 6억5800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뺀 갭투자 수익률은 458%로 3억2500만원을 벌게 됩니다. 아쉬운 것은 전셋값이 2억8200만원으로 5년 전보다 1000만원가량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갭투자를 계속 하려면 이 돈을 마련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광명시는 서울과 매우 밀접한 도시입니다. 뉴타운과 역세권 개발 호재로 경기도에서 과천과 함께 집값 상승을 선도했던 지역입니다. 하안동은 1989년 이후 1990년대까지 대단위로 개발된 곳으로 최근엔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0년 입주한 하안동 e편한세상센트레빌은 2017년 6월 25평형(전용 60㎡)이 4억94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전세가는 4억27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무려 86%에 달했습니다. 전세를 끼고 초기 투자금 6700만원으로 매수했다면 5년 뒤 8억5000만원에 팔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뺀 갭투자 수익률은 531%로 3억5600만원의 세세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분당은 가장 큰 규모로 개발된 1기 신도시입니다. 강남 도심과 지하철로 연결돼 있고, 대형 공기업과 IT 기업이 들어서면서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학군까지 갖춰 사실상 강남의 대체지로 평가받는 지역입니다.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한양아파트는 2017년 6월 32평형(전용 85㎡)이 6억94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당시 전세가는 5억5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은 80%였습니다. 전세를 끼고 1억3900만원에 매수했다면 5년 뒤 16억3500만원에 처분할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뺀 갭투자 수익률은 671%로 시세차익은 9억4000만원입니다.


테슬라 수익률엔 못 미치지만
수도권 주요 6개 아파트의 5년 갭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분당으로 671%였습니다. 테슬라 5년 수익률인 831%엔 다소 못 미칩니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당 양지 5단지 아파트는 시세가 큰 부침 없이 우상향했습니다.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컸지만, 평균 시세가 2017년 6월 가격 밑으로 내려간 적은 없습니다. 갭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인 역전세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5억원이 넘는 레버리지를 쓰고도 큰 불안 없이 장기 투자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분당에 거주하는 어머니 A씨가 2017년 20대 아들에게 1억5000만원을 증여했습니다. 아들이 언젠가 결혼하면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돈으론 분당에서 매수는커녕 전세도 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A씨는 일단 돈을 굴리기로 결심했고, 주식보단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부동산 투자를 선택합니다. 양지 5단지 아파트를 전세 끼고 7억에 매입하는 갭투자에 베팅합니다. 5년 뒤 아들 명의로 A씨가 산 아파트는 실거래가 16억5000만원으로 뛰었습니다. 이 정도면 신혼집 자금 마련에 성공한 셈입니다.



반면 테슬라 주가는 지난 5년간 변동성이 극심했습니다. 테슬라는 3년 수익률(1407%)이 5년 수익률(831%)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다시 말해 2017년 6월 투자를 시작했다면 크게 손실을 본 구간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보수적 성향의 A씨 같은 사람들이 억대의 돈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크게 손실을 봤다면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기간을 견뎌낸 소수의 투자자만이 큰 과실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가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또한 본인이 투자한 자산이 그만한 가치를 품고 있는지, 지금 사는 가격이 싼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일입니다. 좋은 투자처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그다음은 인내입니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뛰어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간은 당신의 편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모두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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