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충전료는 오르고 기름 값은 내리고

입력 2022-09-12 08:48  


 -전기차의 경제적 접근성 떨어질까

 지난 2020년 컨슈머인사이트가 자동차보유자 10만명에게 전기차 구매 이유를 물었을 때 구매 이유는 단연 경제성으로 모아졌다. 유지 관리 비용, 충전 비용, 각종 세금 혜택 등이 상위 항목으로 꼽혔다. 물론 친환경 이유도 3위에 올랐지만 구매를 촉진시키는 이유는 단연 비용이라는 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 셈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22년, xEV트렌드코리아가 내놓은 설문 결과도 흥미롭다. 2,098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보조금(18%), 유지비(11%)도 상위권이지만 1회 충전 후 최장 주행거리를 우선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충전 인프라를 꼽는 사람도 21%나 됐다. 변화를 정리하면 전기차 구매를 꺼리던 사람이 조금씩 구매 의향을 내비친다는 점이고 이때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이용의 불편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막강한 경제성의 심리적 구매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심리적 장벽의 낮아짐이 지속될 지는 의문이다. 배터리 가격이 오르고 충전 비용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장점이 자꾸 단점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이미 충전 요금은 9월부터 50㎾ 충전기 이용 때 ㎾h당 293원에서 324원 가량이 됐고 100㎾ 이상 충전기는 ㎾h당 347원으로 올랐다. 70㎾h 배터리에 50㎾ 충전기를 물렸을 때 전기를 가득 담으면 기존보다 2,200원 가량 오른 2만2,700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기차 이용자일수록 주행거리는 길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이 2021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기차 월평균 주행거리는 1,984㎞에 달했다. 승용차가 1,053㎞ 정도이니 매월 900㎞ 가량 운행을 더하는 셈이다. 1년으로 하면 무려 1만800㎞에 달하는 주행거리다. 따라서 충전요금이 올랐을 때 체감상 느끼는 비용 지출은 훨씬 높은 충격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견디다 못해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해 완성차에 공급하는 가격을 높였다. 그럼에도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자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대표적인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시도때도 없이 올렸던 배경이기도 하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손해볼 수 없어 단행한 조치지만 소비자 원성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격을 높이는 이유는 ‘살 사람은 그래도 산다’는 생각 때문이고 결과적으로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무려 5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성과 브랜드의 상관 관계에서 너무 가격이 오르니 제 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라 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문이 밀려 있는 만큼 가격이 내려갈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해 또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조사 입장에선 사든 말든 소비자 마음이지만 사겠다고 살 수 있는 상황도 안되니 차라리 배짱(?)으로 나가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 

 보조금의 감축도 구매자에겐 부담이다. 폭포처럼 쏟아내는 보조금이 분명 전기차 구매를 촉진시키는 이유지만 무한정 지급할 수 없는 만큼 매년 대당 보조금은 줄여가고 있다. 원래 보조금을 줄이면 자동차회사가 배출가스 규제 충족을 위해서라도 가격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자재 공급난에 오히려 가격을 올렸으니 경제적 잇점의 폭은 좁아질대로 좁아진 상황이다. 결국 전기차 구매의 가장 중요 항목인 '비용 대비 가치'의 장점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최근 소비자들이 찾는 차종은 하이브리드가 적지 않다. 전기차 이용의 단점을 피하되 친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서다. 

 여기서 되짚어 볼 점은 BEV에 가까운 PHEV의 존재감이다. 당초 HEV에서 BEV 지원으로 단숨에 뛰어버린 이유는 BEV의 초기 확산이다. 그나마 500만원 가량 지급되던 PHEV 보조금을 2020년부터 없앤 배경이다. 하지만 그 당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질타가 지금에 와서 쏟아지고 있다. HEV에서 PHEV, PHEV에서 BEV로의 전환과 공존이 동시에 이뤄져야 했지만 환경부는 당시 HEV에서 곧바로 BEV 직행을 선택했다. 국내 여러 인프라와 이용자 등의 운행 형태는 전혀 고려치 않았던 결정이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친환경차의 확산이다. 외부 전원 연결이 없는 HEV는 조만간 친환경에서 배제되겠지만 적어도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배터리에 담는 PHEV는 BEV에 가깝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 모든 환경이 일시에 바뀌면 BEV 직행이 좋겠지만 모든 여건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일은 결코 없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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