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의 마지막 길…"애도" vs "차제에 공화국 전환"

입력 2022-09-12 14:59   수정 2022-09-12 15:14


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면을 위한 긴 여정에 올랐다. '영연방의 구심점'으로 통했던 여왕의 서거로 인해 영국의 미래가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왕의 유해가 든 참나무관이 1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의 홀리루드 궁전으로 운구됐다. 여왕이 숨을 거뒀던 스코틀랜드 동북부 밸모럴성을 떠나 약 6시간의 행진을 거친 끝이었다. 오토바이 경호를 받은 운구차를 선두로 7대의 장례 차량 행렬이 밸러터, 애버딘 등 마을들을 지날 때마다 수많은 군중들이 도로 양옆으로 늘어서서 꽃을 던지며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홀리루드궁은 여왕이 생전 에든버러에 머물 경우 공식 거처로 쓰였던 장소다. 유해는 12일 에든버러성 성자일스 대성당으로 운구된다. 왕실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는 장례 예배가 끝나면 24시간 동안 일반인에게 유해가 공개된다. 여왕의 시신은 오는 13일 공군기 편으로 수도 런던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다.

14일 웨스트민스터 홀로 옮겨진 뒤 장례식이 열리는 19일 전날까지 나흘간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공휴일로 지정된 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여왕의 국장이 엄수된다. 이후 여왕은 윈저성 내 성조지 교회에서 예식 후 지하 납골당에 지난해 4월 먼저 떠난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에 든다. 이번 장례는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이후 57년만의 국장이다. 유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 역시 처칠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왕의 퇴장 이후 영국의 미래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70년을 군림한 여왕은 1000년의 영국 왕실 역사에서 가장 오래 재위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영국인에게 여왕은 '생애 유일한 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왕은 영국 그 자체였다"며 "영국인이 갖는 '브리티시'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스스로 표출하고 영국과 영연방의 지속성을 확인시켜주는 상징이었다"고 전했다.

연합왕국(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과 영연방 국가들에서 분열과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스코틀랜드의 다수당인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2014년 부결됐던 독립 여부에 관한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북아일랜드의 최대 정당인 신페인당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합을 가속화할 조짐이다.

아직까지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인정하는 14개 영연방 국가 중에서 카리브해 6개국은 올해 4월 영국 왕의 국가원수 직을 삭제하고 나라 이름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장 카리브해 6개국 가운데 한곳인 앤티가바부다는 3년 안에 공화국 전환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왕 별세 사흘만이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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