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브리지가 무너졌다'…여왕 서거에 英연방 흔들리나

입력 2022-09-12 17:52   수정 2022-10-12 00:01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영면을 위한 긴 여정에 올랐다. 그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가 10일 찰스 3세 국왕으로 즉위했지만, ‘영연방의 구심점’으로 통하던 여왕의 타계를 계기로 영국의 미래가 급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처칠 이후…57년 만의 英 국장
서거 사흘째인 11일 여왕의 유해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홀리루드궁으로 운구됐다. 여왕이 숨을 거둔 스코틀랜드 동북부 밸모럴성을 떠나 약 6시간의 여정을 거친 끝이었다. 오토바이 경호를 받은 운구차를 선두로 7대의 장례 차량 행렬이 밸러터, 애버딘 등을 지날 때마다 수많은 군중이 도로 양옆에 늘어서서 꽃을 던지며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홀리루드궁은 여왕이 생전 에든버러에 머물 때마다 공식 거처로 쓰던 장소다. 여왕의 유해는 12일 에든버러성 성자일스대성당으로 운구된다. 왕실 인사들만 참석하는 장례미사가 끝나면 24시간 동안 일반인에게 유해가 공개된다. 여왕의 시신은 13일 공군기 편으로 런던 버킹엄궁으로 이동한다.

14일 웨스트민스터 홀로 옮겨진 뒤 장례식 전날까지 나흘간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공휴일로 지정된 19일 웨스트민스터성당에서 여왕의 국장이 엄수된다. 이후 여왕은 윈저성의 성조지성당에서 예식을 치른 뒤 지하 납골당에 안치된다.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한다.

이번 장례는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이후 57년 만의 국장이다. 유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도 처칠 이후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각국 정상이 여왕의 국장에 참석한다.

1953년 즉위 후 70년을 군림한 여왕은 1000년의 영국 왕실 역사에서 가장 오래 재위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영국인에게 여왕은 ‘생애 유일한 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왕은 영국 그 자체였다”며 “영국인이 갖는 ‘브리티시’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스스로 표출하고 영국과 영연방의 지속성을 확인시켜주는 상징이었다”고 보도했다.
‘런던 브리지’ 여왕의 서거
영국 정부는 고령인 여왕의 서거를 염두에 두고 공식 장례 계획을 마련해놨다. 이 작전의 코드명은 ‘런던 브리지’. 연합왕국(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과 영연방 국가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심점이던 여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구다.

여왕의 퇴장 이후 영국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의 서거를 계기로 영연방의 분열과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코틀랜드의 다수당인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2014년 부결된 독립 여부 주민투표를 다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아일랜드 최대 정당인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독립시킨 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합을 가속화할 조짐이다.

영국 국왕을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인정한 영연방 국가는 영국을 포함해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15개국이다. 이 중 카리브해 6개국은 올해 4월 영국 왕의 국가원수직을 삭제하고 나라 이름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의 식민주의 유산과 결별하려는 움직임이다. 앤티가바부다는 여왕 서거 사흘 만에 “3년 안에 공화국 전환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중 한 곳인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11월 공화국으로 전환했다.

이 같은 분열 조짐은 단순히 군주의 사망 때문만은 아니다. 여왕의 재임 기간에 영국의 지위가 쇠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950년대 유럽 최대 강국이자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영국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2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에도 한참 밀린다. 브렉시트와 유럽 전역을 강타한 에너지대란 등으로 영국 왕실과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브론웬 매덕스 소장은 “우리는 세계 속에서 영국의 역할을 확신하지 못하는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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