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복마전 태양광 사업

입력 2022-09-14 17:48   수정 2022-09-15 10:29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때인 2017년 11월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해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기가와트(GW)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거창한 ‘2022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 2022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1조7000억원을 들여 3가구 중 1가구꼴로 태양광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아파트 베란다, 주택 옥상, 건물 옥상과 벽면 등 자투리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에너지업계에선 이때부터 태양광 사업이 운동권 출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 결과 68개 태양광 업체가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의 형태로 서울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 536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 중 14개 업체는 보조금 118억원을 받은 뒤 곧바로 폐업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등 3개 업체는 2014년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서울시 미니 태양광 보급대수의 51.6%(2만9789개)를 수주해 전체 보조금의 절반인 124억여원을 차지했다. ‘운동권 대부’로 알려진 허인회 전 이사장이 운영한 녹색드림은 37억여원의 특혜성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광 협동조합 임원들이 서울시에 조언하면서 정책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파악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업을 수주한 ‘짬짜미’ 구조도 드러났다. 태양광 사업이 ‘복마전’ ‘좌파 비즈니스’란 말을 듣게 된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도 막대한 예산이 불법적으로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 5년간 12조원을 투입한 이 사업과 관련해 1차 표본조사를 한 결과 점검 대상 2조1000억원의 12%인 2616억원(2267건)이 불법 사용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중 태양광 부문에서 확인된 비리만 1800억원대에 이른다.

현행법상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는 농지에 버섯 재배나 곤충 사육을 한다고 가짜 시설을 만든 뒤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짓고 지원금을 받은 사례가 20여 건에 달했다. 전액 대출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뒤 한전에 전기를 팔아 대출금을 갚은 ‘봉이 김선달’도 있었다. 전체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12곳만 대상으로 조사한 게 이러니 앞으로 드러날 전수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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