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부에선 15일 2050년 탄소중립을 핵심으로 하는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기까지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반도체와 가전 등 생산부터 폐기까지 태생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선언적인 발표로만 그칠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그동안 ‘RE100’ 가입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면 기관투자가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더 이상 미루기 힘들다는 데 내부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복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우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서 제품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기능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0~250TWh 수준이다. 이들 데이터센터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삼성전자 차세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교체하고, D램을 DDR5 D램 등으로 바꿀 경우 8.5TWh 규모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2021년 서울시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약 60%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을 전 세계에 한 해 5억 대 규모를 공급하는 만큼 이들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각 제품의 대표 모델에 에너지 효율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세탁기 바닥에 고여 있는 세제수를 끌어올려 세탁물에 뿌려주는 순환유량을 늘려 세제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스마트폰의 화면 효율을 올려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앱을 통해 ‘스마트싱스 에너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탁기와 건조기는 각각 최대 70%와 20%(실사용 기준)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며 “냉장고는 올 연말까지 최대 30%, 에어컨은 최대 20%로 전력 절감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늘려 순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전체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 레진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3만1000t, 지난해 3만3000t의 재생 레진을 쓰는 등 2009년 이후 누적 31만t의 재생 레진을 사용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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