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교실의 한 친구인 북한에 집착하는 학생”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전 정부와 차별화된 외교 및 대북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한·미의 확장 억제력은 미국 본토에 있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포함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북한에 집착하는 학생”으로 비유한 반면 자신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밝힐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한 나라가) 힘에 의한 어떠한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고 할 때 국제사회는 연대해 이를 저지하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문 전 대통령의 미·중 간 외교 정책에 대해선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도입 금지 등을 규정한 전 정부와 중국 간 이른바 ‘사드 3불(不) 정책’ 합의안에 대해서도 “얽매이지 않는다고 느낀다”며 “사드는 주권과 안보에 관한 일이며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미국 주도의 일본·한국·대만 4개국의 반도체 협력체인 ‘팹4(Fab4)’의 예비회담에 대해서도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날 공개된 축사에서 “(남북 간 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밝혔다. 재임 시절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를 합의했다”며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고 자평했다.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 등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한국 측이 지난 15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한 데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발표는 삼가달라”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일 정상이)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발표한 것과 상반된 진술이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는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에 진전이 없는 채 정상회담에 응하는 것에 신중하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은 조율 중이며 외교 사안인 만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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