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리 올려라" 정부지침 무시한 公기관…신입도 0%대 '특혜 대출'

입력 2022-09-23 18:04   수정 2022-09-26 10:26

공공기관 직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0~3%대 저금리 ‘특혜 대출’을 회사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나서 너무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없도록 지침을 만들고, 이행 여부를 경영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공공기관 복리후생은 개별 기업의 노사 합의사항인 만큼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구조 탓이다.
LH 사내 대출 5년간 28배로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수자원공사는 1년 이상 근무한 무주택자 직원에게 연 0.83~1.46% 금리로 최대 1억2000만원을 대출해줬다. 한국가스공사는 연 1.4% 금리로 최대 1억원을, 한국관광공사는 연 1.6% 금리로 최대 1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2년 이상 재직, 1년 이상 무주택자 조건을 충족하면 연 2.4% 금리로 9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2017년 4억8000만원(10건)에 불과했던 LH 직원들의 주택 구입을 위한 사내 대출 규모는 지난해 138억3000만원(171건)으로 28배로 급증했다. 임차를 위한 대출은 제외한 수치다.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LH 직원들의 ‘영끌’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 ‘경영혁신안’ 만들었지만
공공기관 직원들이 정부 규제를 피해 사내에서 저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내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의결하고, 혁신지침 이행 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 주택자금 사내대출 이자율을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은행가계자금대출금리’ 이하로 받지 못하도록 하고, 대출 한도는 7000만원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LTV 규제도 적용하기로 했다. 직원이 사내대출을 신청할 경우 기관은 해당 직원이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이 얼마인지 확인한 뒤 LTV 기준에 맞춰 한도 내에서만 대출해주도록 했다.
96.8%가 정부 지침 위반
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은 기재부의 지침에도 초저금리 대출 상품을 그대로 운용했다. 사내 복지는 개별 공기업이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노조를 설득해 사내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24개 공공기관 사내 대출 프로그램 중 122개가 지난해 4분기 금리 하한선(연 3.46%)보다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7000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주는 상품도 67개로 53.2%를 차지했다.

공공기관들의 초저금리 대출은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가계자금대출금리는 연 4.52%까지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 6%를 돌파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말엔 연 7%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의원은 “정부가 과도한 주택자금 사내대출 한도와 금리를 시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1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공공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만큼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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