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위기 온다"…올 들어 현금 114조 쌓은 기업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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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9-25 11:54   수정 2022-09-25 14:16

"역대급 위기 온다"…올 들어 현금 114조 쌓은 기업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SK그룹 계열사인 SK온은 지난 7월 금융회사와 1조5997억원을 차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운영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1700억원) KCC건설(500억원) LX하우시스(500억원) 등도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경기침체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차입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이 11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가 겹친 복합위기에 대비해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8월 기업들이 은행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주식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누적으로 114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조달자금(111조7000억원)에 비해 3조1000억원 증가했다.2018~2019년에 1~8월 평균 조달액(53조5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역대 1~8월 기준으로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유동성 수요가 급증한 2020년(117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현대자동차 기아 삼성물산 SK이노베이션 LG전자 고려아연 HMM 등 한국을 대표하는 10개 상장사들의 올 6월말 총차입금(별도기준)은 68조2662억원으로 작년 6월 말보다 9조8505억원(16.9%) 늘었다. SK하이닉스 총차입금은 15조6579억원으로 이 기간 4조7626억원 급증했다. 현대자동차도 7조3895억원으로 8799억원 늘었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간 고려아연 총차입금은 4904억원으로 불어났다.

조달 수단별로 보면 기업은 올 들어 은행대출로 80조4000억원을 조달했다. 유상증자를 비롯한 주식발행으로 19조9000억원, 기업어음(CP)으로 16조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에서는 1조5000억원을 순상환했다.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보다 만기도래에 따른 현금상환 금액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조달 수단통로로 은행 대출을 선호한 것은 낮은 금리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보다 대출금리보다 고공행진한 영향이 컸다. 지난 7월의 AA-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대기업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지난 4월(0.5%포인트)부터 지난 7월까지 모두 회사채 금리가 더 높았다.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평균금리는 지난 23일 연 5.189%로 연 5%대를 돌파하면서 올해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1년 전 같은 날(1.996%)과 비교하면 2.6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은이 기준금리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시장금리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금리 상승에 대응해 선제적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대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경영 여건을 둘러싼 실물경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과 맞물린다. 선제적으로 유동성과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읽힌다. 류창훈 한은 금융시장국 과장 등도 최근 작성한 ‘최근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은 어려운가’라는 보고서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수입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부자재 구입 비용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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