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스팩도 대형화 시대…붙붙은 증권사 설립 경쟁

입력 2022-09-26 17:01  

이 기사는 09월 26일 17: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형 증권사가 연이어 수백억 원 규모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자 스팩 합병으로 눈길을 돌리는 유망 기업을 사로잡기 위한 사전 준비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연내 300억원 내외 규모의 스팩을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형 스팩을 상장한 이후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 규모가 더욱 큰 대형 스팩을 상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스팩 대형화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이 엔에이치스팩19호(공모액 960억원)와 엔에이치스팩20호(400억원)를 각각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포문을 열었다. 그 뒤를 이어 올해 하나증권(하나금융25호스팩, 400억원), 삼성증권(삼성스팩7호, 300억원),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드림스팩1호, 850억원)이 대형 스팩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지난 2009년 상장 통로 확대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 도입됐다.

국내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초창기인 2010년만 해도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875억원)과 동양밸류오션스팩(450억원), 우리스팩1호(350억원) 등 대형 스팩이 등장했다. 하지만 모두 합병대상을 찾지 못한 채 청산됐다. 이후 국내 스팩은 점차 소형화돼 75억~120억원 사이의 공모 규모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10년여가 흐르면서 국내 자본시장이 고도화된 만큼 대형 스팩과 합병을 원하는 수요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이 꾸준히 악화하면 미국과 비슷하게 기업가치가 조단위에 가까운 기업도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라며 “이를 담을 ‘그릇’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올해 스팩 소멸 방식 합병이 허용되면서 스팩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점들도 많이 사라졌다. 기존에 유일하게 허용되던 스팩 존속 방식의 경우 실질 사업 주체인 합병 대상 기업이 소멸되기에 기존 사업자 번호가 사라지면서 회사 자산과 계약 관계를 모두 변경하거나 인허가 등을 갱신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대형 스팩이 상장된 이후 실제 합병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증권사 입장에선 큰 손해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발기인으로 전문 투자사 또는 기관투자가가 많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최대 3년간 묶이는 증권사의 자금 부담이 낮아졌다. 반대로 스팩의 공모 규모가 이전보다 2배 이상 커지면서 거기에서 거둘 수 있는 상장 수수료와 기관 수수료, 청약 수수료 규모도 커진다.

안정적 투자처인 스팩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 점도 각 증권사가 스팩 대형화를 추진할 수 있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공모 절차를 진행한 스팩 29개의 평균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약 1118대 1이다. 일정 기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제시하는 기관 비중도 20~30%로 높아졌다. 스팩 공모주를 바구니에 담으려는 기관투자가가 늘어난 결과다.

다만 대형 스팩의 합병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다른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스팩합병 시장은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가치가 큰 기업이 아직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대형 스팩 중 실제로 합병 대상을 찾는 스팩은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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