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가스관 연쇄 누출…유럽 "고의적 공격 의심"

입력 2022-09-28 16:19   수정 2022-10-28 00:01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에서 26~27일(현지시간) 3건의 연쇄 가스 누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지점 인근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는 이 사건을 사고가 아닌 ‘사보타주(의도적인 파괴 행위)’로 규정했다. 전쟁 발발 후 수 차례 대러 제재를 도입한 유럽과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맞불을 놓은 러시아는 서로를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찬반투표에서도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오며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고 지점서 폭발 두 번 감지”
2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이날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서 2건의 가스 누출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덴마크 정부가 노르트스트림2에서 가스 누출을 확인해 인근 해역의 선박 항해를 금지한 상태였다. 운영사 노르트스트림AG는 “약 하루 만에 가스관 세 곳이 망가진 건 전례없는 일”이라며 “복구 기간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지점 인근 국가인 덴마크와 스웨덴은 가스관이 의도적인 공격에 의해 손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누출 사고가 드문 해저 가스관에서 동시다발적인 누출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연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보타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사고와 관련해 두 번의 폭발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지진학자들은 로이터통신에 “두 번째 폭발은 다이너마이트 100㎏ 이상이 터진 수준이며 수중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방은 배후로 러시아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후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한 등 전방위 제재를 도입하자 최근 가스관 누출을 핑계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번 사건은 유럽의 기반 시설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고 말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하면서 발생한 파괴 행위라는 것은 안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레프는 가스 누출이 러시아의 소행이 맞다면 인근 다른 가스관을 위협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 폴란드는 천연가스 주 수출국인 노르웨이와 연결되는 새 가스관을 개통했다.

러시아는 다른 세력의 공격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렘린궁은 가스 누출에 대해 “대륙의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장중 12%가량 뛰었다.

○러, 우크라 점령지 영토 편입 착수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곳에서 진행한 러시아 편입 찬반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아와 헤르손 주 등 4개 지역에서 찬성률은 87~99%다. 러시아는 영토 합병 작업에 바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합쳐 ‘크림 연방관구’를 만들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가짜 투표라며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군인 등 무장한 러시아 관리들이 집집마다 투표함을 가져가 강제로 참여하게 한 만큼 공정한 투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 주민투표를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결과를 정해 놓은 투표가 받아들여지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 결의안 거부권(비토권)이 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점령지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합병을 완료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지역을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의 시도와 서방의 지원을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예비군 동원령을 발동하고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엄포가 아니다”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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