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8일 15: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금을 유도하기 위해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 등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빈곤포르노(Poverty Porn)'다. 1980년대 한 기부단체가 전 세계에 자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앙상하게 마른 아프리카 아이의 몸에 파리 떼가 달라붙은 영상으로 수억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모금하자 다른 기부단체에서도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에티오피아의 식수난과 관련된 내용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마시는 식수가 생각보다 깨끗하자 아이에게 일부로 썩은 물을 마시게 하는 등 비윤리적인 연출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강조된 메시지를 활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 일부 필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결국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빈곤포르노가 그렇다. 반복적으로 자극적인 메시지를 받는 기부자들은 아무리 기부를 해도 더 이상 문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느껴 자선을 포기하게 된다. 혹은 점점 더 자극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기부를 진행하지 않게 된다. 어느 쪽이든 양쪽 모두 문제 해결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환경운동도 유사하게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확인을 해 볼 시점이다. 자연파괴에 대한 극단적 강조나 세상 모든 변화가 지구 종말과 직결된다는 자극적인 메시지는 문제 해결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ESG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ESG의 3가지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의 지배구조(Governance) 중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환경'에 집중하게 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질적인 해결보다는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 이행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오히려 환경에 대한 실천이 축소되고 있다.
종이컵 대신 유리잔을 사용하고,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 또는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작은 실천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이런 실천이 심리적 안정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는 단순한 구호로 머물기에는 사실 우리에게 너무 큰 위험이다.
바로 이 시점에 국가의 역할이 새삼 강조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은 국가가 제시해야 할 터다. 사회 전체의 자원을 투입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활동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환경과 에너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방안으로 인공태양을 꼽을 수 있다. 적어도 현재까진 핵융합 프로세스에서 생성되는 거의 무한한 에너지는 어떠한 부작용도 없으며 기존의 환경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형 인공태양 KSTAR가 상용화 또는 상업화 가능한 1억도에서 전세계 최초로 30초 운전을 독자 기술로 성공했다. 이렇듯 확률은 낮지만 예상되는 기대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 투자가 필요하다.
수소핵융합 발전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두 번째 대안으로는 재생 에너지 발전의 적극적 확대가 있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출 지원을 하는 것이다. 가령 국내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원전 확대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해외 수출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는 주로 선진국이 구매자인 시장이다. 선진국들은 원자력의 폐기물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체 에너지원에 투입할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차후에 돈을 받지 못할 리스크도 없고, 에너지 수요도 많아 지속적인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한국 기업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에너지 송전, ESS 등 에너지 저장장치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수준의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 또한 인프라 투자를 위한 파이낸싱 업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고 다수의 풍력, 태양광 발전 설비에 대한 금융 조달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재생 에너지 산업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고, 한국 기업들은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국가차원에서 재생 에너지 산업의 수직계열화로 공급자 리스크도 적다. 이 정도로 매력적인 산업구조인데 이젠 적극적 해외 수출 지원에 대해 산학연이 중지를 모아야한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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