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온라인 여행 90% 장악했다…빅4의 성공 비결 [긱스]

입력 2022-10-17 10:27   수정 2022-10-17 14:03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이젠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여행 플랫폼을 이용해 예약하는 게 익숙합니다. 항공권과 숙소는 물론 식당과 액티비티까지 온라인으로 미리 해결하죠. 여행시장에선 온라인 판매 채널을 OTA(Online Travel Agency)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OTA 시장은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식으로 흘러왔습니다. 호스피탈리티 테크 스타트업 온다의 최준호 CEO STAFF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지난 30년간 OTA의 역사를 총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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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트래블웹닷컴이라는 호텔 정보 서비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 웹사이트는 호텔 정보 전달 서비스로 시작해 전 세계 최초로 온라인 객실 예약 기능을 제공했는데요. 글로벌 여행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었죠.

온라인 여행 시장은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빠르게 커졌습니다. 온라인 여행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32억 달러(약 610조원)에서 2026년에는 6971억 달러(약 990조)로 예상됩니다. 국내 1, 2위 기업의 2021년 매출이 4000억원도 넘지 않는 걸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 기업들이 일을 못 해서가 아닙니다. 온라인 여행 시장에서 소비자 접점에 가장 가까운 온라인 판매 채널을 일반적으로 OTA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살펴볼 OTA의 역사를 보면 한국은 매우 늦게 시장이 활성화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선진국을 따라가기 바빴던 과거의 한국은 그만큼 국민들이 여가 생활을 즐길 여유가 없었죠.

지금도 에어비앤비 등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 여행객은 절반 이상이 7일 넘게 한 번에 숙소를 예약하고, 30일 넘게 숙소를 예약하는 비율도 10%를 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일반적인 직장에서 30일 넘게 휴가를 간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가 힘든 일이잖아요.

이처럼 여행, 여가를 즐기는 분위기와 사회적 제도가 한국과 달랐던 서구권은 OTA도 먼저 등장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죠. 온라인 여행 생태계에서 OTA가 지난 30여 년간 어떻게 성장하고 시장을 장악해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대, 글로벌 리딩 OTA가 탄생하다
현재 글로벌 OTA은 익스피디아 그룹, 부킹홀딩스,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그룹이 90% 이상 과점한 상태입니다. 이중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건 익스피디아였습니다.


익스피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조직에서 시작했습니다. 항공과 객실 예약 산업은 특정한 공간(비행기와 호텔)을 특정 시간에 판매하는 매우 유사한 사업 구조로 되어 있고, 항공권 예약과 숙소 예약은 ‘여행’이라는 여정에서 함께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항공권 판매 서비스를 시작한 익스피디아는 곧 객실 예약도 시작했고, 1999년 익스피디아는 MS에서 스핀오프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습니다.

현재 글로벌 1위 OTA의 전신이 되는 프라이스라인은 1997년에 설립됐는데요. 프라이스라인은 평균적으로 비행기 좌석이 30%가 공석으로 운행되고, 수백만 곳의 호텔 객실이 매일 밤 비어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동시에 여행객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가고 싶어하는 니즈가 당연히 있죠.

프라이스라인은 항공권, 호텔 등에 소비자가 가격을 제시하면, 회사가 가격을 받거나 거절하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했고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1999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사세를 더욱 넓혀갑니다.

같은 시기 유럽의 네덜란드에서는 부킹닷컴이 설립됐습니다. 유럽도 미국 못지않게 관광 수요가 많았는데요. 부킹닷컴의 창업자는 미국의 힐튼호텔은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었지만, 정작 네덜란드의 호텔 중에는 온라인 예약 가능한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업에 뛰어듭니다.

중국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켰습니다. 현재 글로벌 4대 OTA 중 하나인트립닷컴(씨트립)은 처음에 리뷰사이트로 시작됐는데요. 중국은 서구 시장과 달리 ‘신용카드’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 온라인 예약이 쉽지 않았죠. 씨트립은 호텔과 먼저 계약을 하고 이후 고객이 직접 결제하는 사업 모델을 찾았고, 이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네요.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항공과 호텔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는데요. 당연히 사람들은 여러 서비스를 비교 분석하고 가장 좋은 가격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쓰고 싶어했습니다.

2000년 트립어드바이져, 2003년 스카이스캐너, 2004년 카약, 2005년 호텔스컴바인 등 가격 비교 서비스(메타서치) 등이 등장하며 온라인 여행 사업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또 이 시기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과 OTA, 호텔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였습니다. 일단 호텔은 기존 오프라인 판매망에서 팔리지 못한 객실을 OTA로 팔면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구글 등 검색 엔진은 OTA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리뷰를 통해 사용자를 늘릴 수 있었을 겁니다.

OTA도 호텔 등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지출되는 광고비보다 많은 매출을 얻을 수 있었죠.
경쟁의 심화와 본격적인 M&A 시대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업계는 IT, 인터넷 업계일 것입니다. 한국만 봐도 포털은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는 카카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선 검색의 구글, SNS의 페이스북, 이커머스의 아마존 등이 승자독식의 지위를 누리고 있죠.

OTA 업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용자가 늘어나고 사업 무대가 전 세계로 넓어지면서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용자가 겹치고, 서비스 호텔이 겹치며 가격 경쟁, 마케팅 전쟁이 본격화됐죠.

OTA는 호텔과 항공권 예약이 핵심 경쟁력인데요. 결국 누가 더 빨리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느냐, 규모의 경쟁으로 흘러갔죠.

2005년 미국의 프라이스라인은 유럽의 부킹닷컴을 1억13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킵니다. 이후 아고다(2007년), 카약(2013년), 오픈테이블(2014년), 호텔스컴바인(2016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규모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데요. 이후 그룹 내 최대 매출을 내는 부킹닷컴의 이름을 따 ‘부킹홀딩스’로 모회사의 이름을 바꾸죠.

부킹홀딩스의 최대 경쟁사였던 익스피디아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2001년 익스피디아는 호텔스닷컴을 인수했고, 2011년까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여행 기술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던 2012년 익스피디아는 트리바고, 2015년 오비츠, 홈어웨이 등 대형 메타서치엔진, OTA, 장기 휴가용 임대 사업자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당시 부킹닷컴의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죠.

중국의 씨트립도 중국인의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영국의 항공권·호텔 예약 서비스 스카이스캐너, 중국판 에어비앤비 투지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두 거대 OTA를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결과 2010년대 초중반부터 사실상 전 세계 OTA 업계가 3개 회사가 과점하는 상황이 되는데요.
수수료 인상과 에어비앤비의 등장
호텔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때부터 OTA 업계와 글로벌 호텔 체인과의 사이의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OTA들은 호텔들에게 5%대의 수수료를 부과했다고 하는데요.

이 시기들어 시장 주도권이 오프라인 영업 거점을 가진 호텔에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가진 OTA로 서서히 넘어가며, 적게는 10% 많게는 20%가 넘는 수수료가 부과되기 시작합니다.

OTA 3사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광객 유인을 위한 광고비는 당연히 늘어났는데요. 늘어난 지출 부담의 일부가 호텔 및 숙박업주에게 수수료 인상이라는 결과로 연결된 것이죠.

이렇게 글로벌 3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동안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납니다!

2007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콘퍼런스 기간에 호텔방을 구하지 못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푹신한 ‘에어(air)’ 베드와 아침식사(breakfast)를 제공한 두 청년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1년 후 airbnb를 설립하며, 전 세계에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에어비앤비는 빈집이나 남는 주거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전 세계 곳곳에서 불법 논쟁이나 사건 사고를 낳았는데요. 부작용도 있었지만 틀에 박힌 호텔이 아닌 ‘여행지의 로컬 숙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욱 부각되며 기존 OTA 3사를 위협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섭니다. 특히 유럽에서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서비스가 많이 나오며 에어비앤비의 글로벌 확장에 큰 장애가 됐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과 컬처 핏이 맞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했는데요. 2011년 독일의 ‘Accole’사를 인수하며 성공적으로 해당 서비스의 고객을 에어비앤비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 인수는 유럽에서 경험이 부족했던 에어비앤비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영국의 ‘Crashpadder’팀을 인수해 또 한 번의 큰 성공으로 이어졌죠.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에어비앤비는 무려 353배나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에어비앤비는 2015년에는 ‘Vamo’라는 여행 계획 서비스,2017년에는 캐나다의 고급 임대 주택 임대(Rental) 서비스 ‘Luxury Retreats’, 2019년에는 당일 호텔 예약서비스 ‘hotel tonight’ 등을 차례로 인수합니다.

초기의 인수합병이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타지역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면, 2015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OTA 경쟁사들과 겨루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 및 기술 기업 인수가 주를 이룹니다.
과점 시장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지난 2020년 기준 글로벌 OTA 시장에서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그룹, 에어비앤비, 트립닷컴(씨트립)의 점유율은 90%가 넘습니다. OTA 전체 시장은 지난해 561억달러에서 2025년까지 834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한국관광공사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회사들은 기존 주력 수익원이었던 해외여행이었는데요. 코로나 기간동안 각국 이용자들의 국내 여행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위기를 극복하며,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 이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글로벌 온라인 여행 시장에서 4개사의 과점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지만, 여행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OTA 또한 계속 성장할 수 밖에 없다는 거죠.

다만 온라인 서비스가 기존의 오프라인 영역을 파괴적으로 혁신하고 있는 이커머스, 핀테크, 음식 배달 서비스와는 달리 온라인 여행 분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상점을 방문하던 소비자들은 이커머스의 ‘빠른 배송’으로 돌아갈 수 없는 구매 경험의 혁신을 경험했고, 은행 지점이 필요 없는 인터넷 은행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이와달리 ‘온라인 여행 서비스’와 ‘OTA’는 결국 호텔, 비행기, 관광지 등 오프라인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오프라인 영역을 파괴한 다른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오프라인 기업과 협력을 고리를 절대 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글로벌 호텔 브랜드도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충성 고객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메리어트 그룹은 자체 온라인 서비스 강화는 물론 ‘홈 & 빌라’처럼 베케이션 렌탈(한국의 고급 펜션과 유사)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기도 하죠.

또 구글이 직접 ‘구글 호텔’을 런칭하며, 최저 수수료로 호텔과 구글 검색, 구글맵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고 있습니다. 해외 보도를 보면 구글과 OTA가 경쟁 구도로 가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온라인 시장은 더 좋은 서비스가 있다면 언제든 대안으로 옮겨갈 수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며, 이는 OTA 시장도 마찬가지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OTA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온라인 여행 산업은 인터파크, 넥스투어 등이 1999년 등장하며 서서히 막이 열립니다.

해외 OTA의 한국 진출은 2010년여부터 본격화됐는데요. 2009년 아고다와 호텔스닷컴이 한국에 진출했고, 2011년 익스피디아와 2012년 부킹닷컴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씨트립도 2014년 한국에 들어왔죠.

국내 OTA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 시기인데요. 2008년 외환위기를 탈출하고 국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야놀자, 여기어때 등을 필두로 마이리얼트립, 여기어때, 트립비토즈 등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크게 성장하게 시작했습니다.


특히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야놀자는 데일리호텔, 트리플, 인터파크의 여행·항공·공연·쇼핑 사업부문, 인도의 ezee 등을 인수하며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급부상한 상황입니다.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는 포털과 대형 이커머스 등이 성장 가능성이 큰 온라인 여행 사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희 온다에서 판매 중개하는 국내 온라인 판매 채널만 40 곳이 넘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요. 국내 시장은 아직 매우 역동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r >
최준호 | 온다 CEO STAFF



호스피탈리티테크 스타트업 온다에서 PR과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온다 기업블로그를 개설하고 전 세계 트래블 태크 동향, 국내의 숙박업계에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온다 합류 전 10여년간 기자로 활동했고, 2015년 벤처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을 공동 창업하는 등 대부분의 기간을 벤처·스타트업 담당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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