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食대로 살래

입력 2022-09-29 17:39   수정 2022-09-30 02:34


음식은 맛과 영양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어떤 농부의 손에서 길러진 재료인지, 언제 수확된 농산물인지, 셰프는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 등 음식 하나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야기를 곁들이면 먹는 재미는 물론 요리의 재미까지 배가된다. 최근 한국에 부쩍 늘어난 ‘그로서리 스토어’는 생산자, 유통자, 구매자의 이야기가 축적되는 장소로 기능하며 식사의 질을 높이고 있다.

식료품점이라고 번역되는 그로서리 스토어는 서양에서 출발했다. 농축수산물, 공산품, 생필품을 파는 이곳은 언뜻 한국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과 비슷해 보인다.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고 주로 동네 주민들을 주 고객으로 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같은 양판점에 비하면 가격은 살짝 비싸지만 해당 지역의 색채와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곳이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한국에 들어오면서 일종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 원조 그로서리 스토어가 제품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국내 그로서리 스토어는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66㎡(20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오일과 스페인산 하몽, 프랑스산 딜버터가 진열돼 있고 한쪽에는 앙증맞은 주방용품과 청소도구 등을 비치하는 식이다. 매대 앞에는 주인이 직접 만든 잼이 줄지어 놓여 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주말마다 그로서리 스토어는 젊은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카페나 편집숍 같은 외관에 사로잡혀 혹은 매장에서 구워내는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왔다가 바구니 한가득 식료품을 담아가기 일쑤다. 유럽이나 미국을 그대로 옮겨둔 듯한 인테리어에 잠시 해외 미식여행을 떠난 기분도 낼 수 있다. 구입한 식재료는 비닐봉지 대신 크라프트지에 넣고 와인은 네트백에 담아가면 ‘힙한’ 장보기가 끝난다. 그 덕분에 ‘장보기=주부의 역할’이라는 공식도 깨졌다.

독특한 콘셉트와 식재료가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 몇 곳을 추천한다. 그로서리 스토어 투어를 하면서 매장 주인이 선별한 식재료를 비교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그로서런트(그로서리+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사랑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새벽배송 서비스 대신 그로서리 스토어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요리가 서툴러도 괜찮다. 그로서리 스토어와 식재료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맛있는 양념이 돼줄 것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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