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수수료 절감을 목적으로 정부 주도로 도입된 간편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가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기간동안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의존해 수익을 냈는데, 서울시가 올해부터 제로페이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제로페이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절감하기 위해 중기부가 도입한 QR코드 기반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1호 공약’으로 추진했고,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고 서울시가 밀어주면서 전국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매출 8억원 미만은 0% △8~12억 0.3% △12억 초과 0.5% 수수료를 받는다. 중기부와 서울시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제로페이에 투입한 금액은 총 581억4800만원이다. 가맹점에 QR키트를 지급하는 등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로페이를 홍보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다.
실제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규모가 급증했지만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은 한정됐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제로페이 가맹점은 152만 곳까지 확장했다. 그 중 96만4363곳(63.1%)은 결제 실적이 ‘0원’이다. 제로페이를 도입한 소상공인 10명 중 6명 이상은 한 번도 제로페이로 매출을 내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결제 실적이 ‘0원’인 가맹점 비중은 55.3%였다.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관계자는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늘어났는데 지역사랑상품권은 서울 경남 강원 등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되면서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도 이들 지역에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제로페이가 의존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앞으로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2023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지난해 1조522억원에서 올해 605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내년 정부안에서는 0원이 됐다. 한 의원은 “제로페이가 기생하던 지역사랑상품권이 사라지면서 제로페이와 한결원은 갈피를 잃은 상태”라며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미명아래 누구도 혜택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제로페이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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