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저출산 원조 日의 한국 걱정

입력 2022-10-03 17:24   수정 2022-10-04 00:06

‘한국 출생률 0.81, 일본은 무엇을 배워야 하나.’

지난 2일 마이니치신문의 국제면 톱뉴스 제목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원조 국가 일본이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자고 했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부쩍 한국의 저출산 상황을 자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데 열심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월 31일 ‘박스 줍는 고령자, 한국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만 명에 달하는 한국의 박스 줍는 노인을 “고령자 빈곤 문제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고도성장의 주역인 고령자들이 은퇴 후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상황을 “성장의 시대를 지탱한 세대에게 외상값까지 부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 갈 남자도 없는 한국"
니혼게이자이신문도 7월 27일 ‘한국 출생률 0.81의 막다른 골목, 젊은 세대 옭아매는 고정관념’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15년간 225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붓고도 전국 시·군·도의 절반인 108곳이 소멸위기 지역이라고 전했다. 극우 성향 일간지인 산케이신문은 ‘군대 갈 남자가 없다’는 걱정까지 해줬다. 이 신문은 4월 5일 “한국의 저출산화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40년 빨리 진행돼 병역 의무를 담당할 20세 남성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누가 누굴 걱정해’라고 코웃음 치기엔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여성 1명이 일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특수출생률만 보더라도 일본이 한국을 걱정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있다. 10여 년 전인 2011년만 해도 한국(1.24명)과 일본(1.39명)의 출생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0.81명까지 곤두박질친 한국의 출생률은 일본(1.30명)이 부러운 지경이 됐다.

일본이 저출산 대책을 시작한 해는 1990년이다. 출생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소인 1.57명을 기록한 ‘1.57 쇼크’의 해다. 출산율 추락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저출산 대책을 시작하고 15년이 지나서였다. 2005년 1.2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일본의 출생률은 이듬해부터 상승세로 전환, 2015년 1.45명까지 회복했다. 2016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1.30명까지 떨어졌지만 일본의 출생률은 지난 30여 년간 대체로 1.30~1.50명 수준을 유지했다.
'저출산 장관'까지 신설한 일본
2018년 처음으로 출생률이 1명을 밑돈 지 3년 만에 0.81명까지 곤두박질친 한국의 저출산 대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반면교사로 삼자는 일본 언론의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다.

두 나라의 오랜 과제인 칸막이 행정을 먼저 고치고 나선 곳도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어린이가족청’을 설립해 11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산과 육아 지원 관련 정책을 통합한다. 저출산 담당 특명 장관을 별도로 임명하는 등 저출산 대책과 고령화 대처를 분리해 운영하는 것도 한국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한국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을 모두 담당한다. 관련 업무도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분산돼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은 10년 앞을 내다본 저출산 대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민은 어디까지나 인구절벽을 막는 보완책이지 중심 대책일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저출산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 미디어들이 한국을 성공 사례로 주목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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