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대 손배소 94%가 민주노총 대상…'노란봉투법'에 영향 줄까

입력 2022-10-04 18:24   수정 2022-10-04 18:47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14년간 사업주 등이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은 151건(2752.7억)이었지만, 이 중 49건(350.1억)만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배 청구 151건 중 94%에 달하는 142건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대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동계가 사용자의 노조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소위 노란봉투법) 통과를 주장하면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제기"를 근거로 삼고 있으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이 제기된다.

○손배소송 인용, 14년간 49건

고용노동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손배소송 및 가압류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 중 가장 오래된 '쌍용차 사건'이 제기된 2009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기업·국가 등이 노동조합, 간부,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 현황을 실태 조사한 결과다.

자료에 따르면 14년간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1건(73개소)이 제기됐다. 이 중 24건(131개소, 916억원)이 현재 진행 중 이며, 127건은 종결됐다. 종결사유는 판결 확정이 61건, 소취하 51건, 조정화해 15건이다.

진행 중인 24건을 분석해 본 결과 현재 2, 3심이 진행 중인 사건은 12건이었으며, 이 중 전심에서 청구가 인용된 상태에서 현재 심급이 진행 중인 사건은 11건으로 91.7%의 인용률을 보였다.

판결이 최종 확정돼 종결된 사건 61건 중 기각은 23건이었고 인용된 사건이 38건이었다.

확정 판결 중 인용된 38건과 진행 중인 사건 중 전심에서 인용된 11건을 합치면 전체 49건이 인용됐는데, 전체 인용률은 67.1%다. 사법연감 기준으로 1심 손해배상 소송 인용률이 44.7%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법원이 손해배상 청구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본 사건이 많다는 의미다.

가압류는 총 30건(7개소)이 제기됐으며 신청액은 245억9000만원이었다. 이 중 기각된 사건이 9건, 인용된 사건이 21건(인용률 70%)이었다. 가압류 건은 현재 본안소송 종결 등으로 모두 해제된 상태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사업장에서 특정 형태의 쟁의행위를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사건은 많지만, 가압류 소송은 최근엔 드물다"며 "자료 대로 14년 동안 가압류 건이 30건 수준이라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사업주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제기'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대상이 94%

손해배상 소송을 상급단체 별로 구분한 결과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142건으로 전체 소송 건수의 94%를 차지했다. 규모 별로 보면 전체 청구액의 99.6%, 인용액의 99.9%다.

민주노총 상대로 제기된 사건 중에서도 73.9%인 105건이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됐고, 12건은 공공운수노조를 상대로 제기됐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점거를 벌인 하청지회도 금속노조 소속이다. 한국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은 7건에 그쳤다.

또 151건 중 56건은 9개 기업의 노사관계 분쟁에 몰려 있었다. 상위 9개 기업(대우조선, 쌍용차, 현대차, 현대제철, 한국철도공사, 문화방송, 한진중공업, KEC, 갑을오토텍)에서 30%가 넘는 손배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9개 기업 노조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10%를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노총과 사업장 사이 갈등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사실상 노란봉투법의 최대 수혜자는 민주노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 별로 구분해 본 결과, 대부분이 사용자가 소속 근로자를 상대로 제기하나(54.1%)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경우도 40건(25.5%)을 차지했다. 이번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파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40건 중 58%인 23건은 현대차가 2010년, 2012년 사내하청노조 파업(사내하청근로자 직접 고용 요구) 등과 관련해서 제기한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쟁의행위 원인은 불법파업(직고용 주장) 등이며, 하청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청구했다가 인정 받지 못해 불법쟁의행위로 전락한 사례는 없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 상해, 장비 손괴 등을 이유로 국가가 청구한 사건도 2건(쌍용차, 유성기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취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종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용부가 노조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정리된 자료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는 청구 원인별 현황과 판결 내용 등을 더 분석한 뒤 그 결과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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