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켜내기 위한 분투는 이런 철학적 바탕에 근거했다. 그 후예인 우리는 다국적 언어의 쓰나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티켓을 미리 겟해서 웨이팅 없이 세팅이 됐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로, 외래어 남용을 지적한 예다. 우리말 지킴이가 아니라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극단적 사례이겠지만 외래어 침습은 한국어에 가장 큰 도전이다. 고유어 지킴이들은 한자어 사용까지 문제 삼는다. 우리말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외래어는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은 온당한가.
고뿔이라는 말이 있다. 겨울이 오면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광고가 방송을 탔다. 고뿔은 감기에 밀려 죽은 단어다. 감기는 한자어, 고뿔은 순우리말이다. 빵이 포르투갈어 pao에서 왔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가방은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들은 일본어를 거쳐 우리말에 정착했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보라매, 수라는 몽골이 고향이다. 모두 귀화어다.
2001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다. 새로운 존재의 등장은 이름을 앞세운다. ‘스마트’, 이 단어가 세계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늠할 수 없다. 국립국어원은 스마트폰을 ‘똑똑(손)전화’로 순화하자고 제안했다. 과연 가능했을까. 결과는 모두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
우리말을 지키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언어순혈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이미 한국어에 자리 잡은 한자어를 배척하는 것은 어떨까. ‘52% 대 45%.’ 한글학회 <큰사전>의 한자어와 고유어 비중이다. 한자어를 배제하고 우리의 언어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외래어를 우격다짐으로 거부하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외래어 유입 자체를 막을 길 없는 세계화 시대다. 막을 수 없다면? 우리말로 대체하는 수밖에 없다. 외래어가 엉덩이를 붙이기 전에 딱 떨어지는 대체어를 마련해 확산해야 한다.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안 그러면 똑똑손전화 꼴이 난다. 이때 창발성이 필요하다. 창발성에 상상력을 더하면 새로운 언어가 탄생한다. ‘편의점’(convenience store) 같은.
모레는 한글날이다. 언어 전쟁에서 힘써 싸우되, 진다면(?) 누가 알겠는가 ‘스맛폰’이 귀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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