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만원 ‘여친 로봇’ 개발한다?…머스크의 '깜짝 답변'은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10-08 07:00   수정 2022-10-09 10:52



‘시대의 르네상스 맨’은 여전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얘기입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테슬라는 ‘AI(인공지능) 데이 2022’ 행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어설프게 걷는 로봇이었지만 머스크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는 “2만달러(약 28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3~5년 내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생산할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비전이 공개되자 기성 언론 및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9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 테슬라 프리몬트 사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자율주행 기술 적용한 옵티머스
테슬라는 이날 두 가지 형태의 로봇을 공개했습니다. 처음 등장한 로봇은 지난 2월 개발한 옵티머스의 플랫폼 ‘범블씨(Bumble-Cee)’입니다. 이 로봇은 내부 회로와 전선 등 조립 부품이 다 보이는 상태였지만 걷고 팔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약간의 춤(?)도 가능합니다. 테슬라는 영상을 통해 로봇이 상자를 옮기고 물뿌리개를 집어 화분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두 번째로 선보인 로봇은 ‘범블씨’를 기반으로 6~8개월 만에 제작한 옵티머스 시제품입니다. 키 173㎝, 몸무게 73㎏으로 작년 첫 AI 데이에서 공개된 디자인과 비슷한 매끈한 모습입니다. 머스크는 “이 로봇은 아직 걷지 못하지만 몇 주안에 걸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옵티머스는 테슬라의 차량 기술이 상당수 적용됐습니다. 우선 자율주행기술인 FSD(Full Self-Driving)의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가 쓰였습니다. 다른 로봇처럼 단순 시키는 동작만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지하고 행동을 계획합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하는 AI 기술입니다. 운전자들의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FSD 신경망이 학습하듯, 카메라로 얻은 시각 데이터를 로봇에 학습시킵니다.



몸통엔 2.3kWh 용량의 소형 배터리팩이 장착됐습니다. 모델3 스탠다드 배터리(60kWh)의 4% 수준입니다. 1회 충전으로 온종일 활동할 수 있게 개발 중이라고 테슬라는 설명했습니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를 2만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통상의 인간형 로봇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입니다. 기존제품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를 위해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 원가를 낮추려고 합니다.

특히 로봇 공학의 핵심 기술인 액추에이터(전기 에너지를 물리적 운동으로 바꿔주는 장치)를 6개로 줄여 ‘자연스러운 동작’을 일부 포기했습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액추에이터는 로봇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에도 부품을 공용화해 원가를 낮췄다”고 전했습니다.


“20년 전 ‘아시모’에도 못 미쳐”
상당수 로봇 전문가들은 옵티머스에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뛰고 구르는 로봇 ‘아틀라스’와 비교할 때 하드웨어적으로 뒤처졌다는 평입니다. 로봇의 움직임 만으론 20년 전 혼다가 선보인 ‘아시모’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헨리 벤 아머 애리조나주립대 로봇공학 교수는 “2만달러 목표 가격은 솔깃하다”면서도 “테슬라의 야망과 현재 옵티머스의 능력엔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론 존슨 카네기멜런대 기계공학 교수는 “테슬라가 빠르게 로봇 시제품을 완성한 게 인상적”이라며 “수백만 대를 생산해 어떤 용도에 쓰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표했습니다.

옵티머스 프로젝트 자문을 담당한 데니스 홍 UCLA 로봇 메커니즘 연구소장 겸 교수는 테슬라가 큰 걸음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로봇에 필요한 이동 및 조작 기본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꿈꾸는 인간형 집사를 당장 갖기는 어렵다”고 평했습니다.

머스크 역시 “옵티머스를 개선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인간형 로봇은 뇌가 없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의 하드웨어보단 두뇌 격인 AI 기술에 집중한다는 얘기입니다. 아틀라스나 아시모는 모두 사람이 원격조종을 통해 움직이는 로봇입니다.


머스크는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테슬라가 보여준 로봇 기술력은 아직 평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머스크가 20년 전 민간 로켓회사를 세우고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이 궤도에 올릴 로켓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더군요. 사람들은 그런 일이 절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기존 항공우주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말도 걸지 않으려 했어요”(에릭 버거 《리프트오프》)

21세기 최고의 ‘비저너리 CEO’는 이미 인류가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머스크는 AI 데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제는 시간과 생산력의 함수입니다. 로봇이 무한한 생산력을 담당하게 된다면 풍요의 시대가 오게 됩니다. 빈곤이 사라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는 지난 4월 테드(TED)와 인터뷰에선 ‘로봇이 연인이나 섹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는 질문에 “아마 피할 수 없는 일이며 ‘캣걸(catgirl)’ 로봇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의 위험성도 언급했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결말이 나오지 않도록 옵티머스 사용을 경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로봇 사업은 내가 아닌 ‘주식회사’ 테슬라가 하는 게 적합합니다”



머스크의 원대한 계획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역시 3~5년이란 스케줄을 제시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와 테슬라의 막강한 자금력?인적자원을 감안하면 중장기 옵티머스의 성능과 경제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테슬라의 로봇 잠재력은 크지만 당장 가치 평가에 반영하기엔 이르다는 뜻입니다.

AI 데이가 끝난 뒤 홍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소회를 남겼습니다. “일론의 야심 찬 옵티머스 프로젝트 일정에 의구심이 있지만, 솔직히 내가 틀렸다는 게 입증되길 바랍니다. 도전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법입니다. 땅에 발을 고정하고 별을 향해 계속 손을 뻗으세요(Keep your feet on the ground and keep reaching for the stars)”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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