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 감사' 주도한 유병호 자녀, 원전 업체 주주였다

입력 2022-10-10 16:07   수정 2022-10-10 18:16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를 주도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자녀가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감사원 2인자(차관급)인 유 총장은 문 정부 당시 ‘탈(脫)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된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유병호 자녀, 두산에너빌리티 2500만원치 보유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유 총장은 지난달 공직자 수시재산공개를 통해 재산 38억2054만원 중 상장·비상장주식으로 19억8534만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여기에 장남과 장녀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각각 724주씩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핵심설비인 원자로 모듈 등 주(主)기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8000억원의 매몰비용을 비롯해 7~8조원에 달하는 매출액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탈원전 폐기를 공식 선언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제2의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에 수혜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유 총장 자녀의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보유액은 등록기준일(취임일)인 지난 6월15일 종가(1만7350원) 기준 2512만원 규모다. 감사원에 따르면 유 총장 자녀들이 해당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지난해 6월 경이다.

당시 유 총장은 월성원전 감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월성1호기 조기 폐쇄가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검찰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유 총장은 올해 1월 감사연구원장으로 이동했다. 감사연구원이 비(非)감사 부서인 점을 감안하면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달 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파견됐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6월 사무총장에 전격 발탁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2급(국장급)인 연구원장에서 1급을 건너뛰고 차관급으로 바로 올라선 파격 인사였다.

야권에서는 “유 총장이 지난 정부에서 ‘탈원전 감사’를 주도했고, 이번 정부에서도 탈원전 등 소위 ‘악폐 청산’ 작업에 나선 상황에서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원전 업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수급 정책과 관련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유병호 "직무관련성 없다" 해명
유 총장 측은 해당 주식은 직무와 관련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 및 가족이 보유한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2개월 이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다만 공직자 본인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직무관련성 심사를 거쳐 매각 또는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현재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위원회는 유 총장의 청구에 따라 직무관련성 여부를 심사 중이다.


유 총장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취득 경위에 대해 “월성원전 감사가 종료된 지 8개월이 지나서 자녀들(1991·1996년생)에 5000만원씩 증여를 했다”며 “이후 자녀들이 경제공부 차원에서 자기 의사로 주식을 취득했고 현재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8월만 해도 2만원이 넘었지만 지난달 증시가 폭락하면서 현재 1만4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유 총장은 향후 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선 “직무관련성 심사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했다.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보유나 처분 여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유 총장은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 보낸 사실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실제 이날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려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민주당이 “감사원의 정치감사 배후가 대통령실로 드러났다”고 반발하면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오는 12일 유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주민 의원은 “유 총장이 대통령실과의 내밀한 소통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근간부터 흔들더니, 이제는 감사원의 청렴, 도덕성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며 “ 더 이상 감사원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본인과 가족의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를 취소한 뒤 당장 주식백지신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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