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로댕…'황금의 화가' 클림트 그림에 담긴 거장의 흔적들

입력 2022-10-11 18:16   수정 2022-10-12 00:29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창적 작품 세계를 구축한 천재 화가.”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에 대한 미술사의 평가다.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추구했다는 평가는 지난 10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경 넘어 여행을 다닌 적이 거의 없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 빈에서 새로운 시대의 예술 운동인 ‘빈 분리파 운동(Sesession)’에 매진하며 에곤 실레와 같은 지역 내 예술가를 지원하고 연대했으나 나라 밖 예술가들과 직접 소통한 것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은 유일무이의 화풍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표작 ‘유디트(1901)’, 키스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연인’(1907~1908) 등 전성기 시절의 황금빛 작품들은 이전까지의 어떤 예술 작품도 보여주지 못했던 시각적 환희의 결정체를 보여줬다. 하지만 미술사학자들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과연 클림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로운 천재였을까.

대답은 클림트가 세상을 떠난 지 104년 만에 비로소 밝혀지게 됐다. 지난 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VGM)에서 공식 개막한 ‘골든보이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에서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고흐, 로댕, 마티스 등에게 영감을 받은 클림트’다. 총 75점의 작품이 걸렸고, 이 가운데 36점이 클림트 작품이다. 클림트 작품의 옆자리엔 그의 작품과 연관이 있거나 뉘앙스가 비슷한 작품, 실제 클림트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검증된 작품들이 나란히 걸렸다. 이 전시를 위해 VGM과 오스트리아 벨베데레국립미술관은 7년간 협업했다.
클림트는 고흐를 사랑했을까
클림트의 ‘키스’는 고흐가 세상을 떠난 지 18년이 지나서야 나온 작품이다. 언뜻 봐선 클림트와 고흐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지만 전시는 집요하게 클림트의 예술 세계를 시기별로 추적한다.

클림트는 1903년 고흐를 처음 알게 됐다. 그가 설립한 급진적 예술가그룹 ‘분리파’가 인상주의에 대한 전시를 열었는데, 6개의 고흐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 이 중엔 노란색 배경의 해바라기 그림도 있었다. 이번 전시엔 고흐의 ‘핑크빛 꽃이 핀 과수원(The Pink Orchard)’(1888)과 클림트의 ‘슐로스캄머로 가는 길(Avenue to Schloss Kammer)’(1912)이 함께 걸렸다. 고흐가 나뭇가지를 그릴 때 쓴 두꺼운 붓질과 푸른색 외곽선이 클림트의 그림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어두운 색상으로 윤곽이 꼬여진 채 그려진 가지들은 고흐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클림트가 반복적으로 사용한 꽃 모티브에 대한 해석도 눈길을 끌었다. 고흐의 ‘도비니 정원에 있는 꽃’(1890)과 클림트의 ‘이탈리아 정원 풍경’(1913)은 둘 다 정사각형 모양의 캔버스. 이런 영향을 받아 1910년대 초반 클림트의 그림에서는 색상 대비가 더 강해지고 구성이 더 양식화되는 특징이 드러난다.

마르커스 펠링거 벨베데레 수석큐레이터는 “클림트는 빈에서 열린 인상주의 첫 전시 이후 예술가이자 딜러인 칼 몰이 운영하는 실험적 갤러리 미에트케(Mietke·1906)의 개인전과 국제 예술전(Internationale Kunstschau·1909), 뉴 아트 전시(1913) 등을 드나들었고, 빈 수집가들의 집에서도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감상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60년 만에 처음 공개된 ‘물뱀Ⅱ’
전시장은 고흐 외에도 수많은 화가를 끌어모았다. 1900년대 초반 클림트가 그린 여인의 초상화들은 유럽에서 활동한 미국 화가 제임스 애벗 휘슬러가 1870년대에 그린 여인의 초상화들과 닮아 있다. 구도와 표정, 배경 처리 등이 그렇다. 1910년대 그린 초상화들은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았다. 원근법이 깨진 평면의 얼굴에 강렬한 색상을 대비해 그렸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엔 60년 만에 처음 공개된 ‘물뱀Ⅱ(Water SerpantsⅡ)’와 분리파의 시작을 알린 벽화 ‘베토벤 프리즈’의 복제도 있다. ‘물뱀Ⅱ’는 개인 소장자가 갖고 있다가 이번 전시에 대한 연구 중 존재가 알려진 클림트의 연작 가운데 하나다. 클림트의 상징주의 화풍을 만든 이 작품은 네덜란드-인도네시아 화가인 얀 트롭의 ‘세 명의 신부’(1892~1893) 그림과 함께 걸렸다. 이 밖에 세잔, 마네, 모네, 뭉크, 세루아, 툴르즈-로트렉, 마거릿 맥도날드 매킨토시 등 동시대 예술가의 그림이 함께한다. 마틴 베일리 미술사학자는 “유럽 모더니즘을 더 넓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이례적인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VGM과 벨베데레미술관이 조사 기간만 5년 이상, 약 7년간 협업해 내놓은 전시다. 전 세계 44개 기관과 단체, 개인이 이 전시를 위해 작품을 대여했다.

암스테르담=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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