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더 오를 리 없다"…1년 만에 예상치 못한 반전 [임대차법 그 후上]

입력 2022-10-24 11:20   수정 2022-10-24 20:1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셋값도 하락하고 있다. 2020년 시행된 주택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예고됐던 '8월 전세대란'은 현실화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임대차법의 도입 취지대로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고 '세입자 보호'도 제대로 되고 있을까. 세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 전세를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진작에 올라버린 전셋값을 감당해야 하는 데다, 금리 인상에 '전세의 월세화'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법 대신 금리와 같은 경제 상황이 전세대란을 잡은 꼴이 됐다. 이에 여전한 임대차 시장의 불안 상황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서울 서대문구 A 아파트에 두 자녀, 시어머니와 사는 김모씨는 자신을 '마포 낭인'이라고 자처한다. 높아진 전셋값에 떠밀리듯이 이사를 전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대차법 여파로 높아진 전셋값에 20년이 넘은 아파트 전용 83㎡에 이사 오면서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집주인도 거주 의사가 크게 없었고, 낡은 아파트다 보니 전셋값이 더 오를 리 없다고 예상해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심해진데다 작년 7억5000만원에 달했던 전셋값이 5억원 중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물가도 올라 죽겠는데, 이자 부담이 배로 늘어나다 보니 너무 힘들다"며 "같은 단지 내에 낮은 보증금의 집으로 이사 가면서 이자를 줄여야 할지 재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관악구 신림동 신혼집으로 투룸을 알아보고 있는 고모씨는 최근 신축 빌라에 대한 꿈을 접었다. 신축 빌라들은 전세자금 대출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 '빌라왕' 사기 사건 소식들을 접하면서 불안했기 때문이다. 연한은 됐지만, 융자가 없고 관리가 잘되고 있는 빌라를 찾고 있다. 고씨는 "보증금 3억원 정도 생각하고 전세대출로 2억원 정도를 마련할까 했는데, 최근에 사기 뉴스도 있고 금리도 올라서 마음을 바꿨다"며 "2억원 초반대나 큰 대출 없이 월세를 내는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축이 아니다 보니 좋은 옵션도 없고, 최신 가전이 들어갈 공간은 안 나오는 건 불만"이라며 "연초부터 인테리어 앱 보면서 여자친구와 신혼을 꿈꿨는데 이젠 꿈으로만 남게 됐다"고 털어놨다.

금리 치솟자 '전세대란 우려' 쏙 들어갔지만…
예고됐던 혼란은 없었다. 임대차법 시행 꼬박 2년이 되는 지난 8월을 앞두고 시장에선 우려가 커졌다. 다시 한번 전셋값이 치솟는 등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려 속 다가온 8월, 다행히 '전세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리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서다.

임대차 시장의 판세를 뒤집은 '방아쇠'(트리거)는 금리였다. 금리 상승의 주요인이 '물가'였다. 여기에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결국 매달 서민들의 월급은 높아진 물가와 전세대출 이자 혹은 새로운 월세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초 예상했던 '임대차법→전세대란 없음→주거 안정성 강화→임차인 보호'의 선순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고용불안마저 위협되는 상황에서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악조건 속에 임대차법의 위험성은 남겨져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까지 치솟았다. 1·4·5월 0.25%포인트씩 잇달아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은 7월 0.5%포인트를 한 번에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결정했다. 단숨에 연 2%대가 됐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8월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달 또다시 0.5%포인트를 올렸다.

대출금리에 활용되는 코픽스(COFIX)도 덩달아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로 2012년 12월(3.09%) 이후 9년 9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코픽스는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의 기준이 된다. 이달 중순(18일) 기준 은행권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최저 3.56%~최고 6.67%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000만원이다. 세입자가 보증금의 80%(4억800만원)를 연 2.5% 금리로 대출했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는 89만원이다. 같은 조건에 현재 상단 금리를 적용하면 이자 부담은 월 226만원으로 늘어난다. 부담해야 할 대출이자가 2년 만에 2.5배 이상 불어났다.

늘어난 부담에 "차라리 월세 내는 게 낫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됐다. 임차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찾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94.7까지 올랐던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9월 89.6으로 하락했다. 2019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반대로 월세수급지수는 지난 8월 101을 기록하며 올해 처음으로 100을 넘겼고 지난달에도 99.6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장에 전세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월세 수요는 꾸준히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부터 '임대차법 폐지'까지 꺼낼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의 원흉 중 하나를 임대차 3법으로 봤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임기 초기에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상생 임대인 제도, 늘어난 입주도 전세 안정에 한 몫
하지만 윤 정부의 기류는 달라졌다. 전면 수정이나 폐지가 아닌 또 다른 대안을 들고나왔다. 물론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월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이 그것이다. 상생 임대인 제도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는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를 5% 이하로 올리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완화해준다. '착한 임대인'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굳이 집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졌고 세입자도 집주인이 입주해 밀려나지 않게 됐다.

임대차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을 위해 한시적으로 '버팀목 전세대출' 보증금과 대출한도를 늘렸고 월세 세액공제율도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는 12%로, 55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에는 15%로 상향했다. 전월세 보증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 40% 소득공제 한도 역시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렸다.


줄어든 전세 수요와 맞물려 공급도 늘어났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국에서 입주를 마친 단지들은 25만6580가구다. 지난해 전체인 23만8764가구보다 2만 가구가량 더 많다. 내년엔 이보다 더 많은 29만863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의 폐해가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실 실장은 "상생 임대인제도와 같은 정책요인이 작용했고, 공급 물량 증가와 함께 매매 물량이 거래 절벽을 피해 전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면서 수급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며 "매매와 전세시장이 연관성이 높은 만큼 전세시장 불안은 매매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계속)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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