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빛본 '창녕 빛소주'

입력 2022-10-21 17:27   수정 2022-10-31 19:49

21일 찾은 경남 창녕 대지면의 전통주 업체 우포의아침 1공장. 공장을 들어서자 시큼한 누룩 향이 코를 스쳤다. 초대형 압력밥솥처럼 생긴 발효기는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우포늪 인근에서 수확한 쌀을 소주 원액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이다. 박중협 우포의아침 대표(48)는 “할아버지 때부터 70년 넘게 쌓아온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전통주 제조시설”이라며 “여기에서 생산하는 ‘빛소주’는 맛과 품질에서 다른 어떤 증류주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빛소주(사진)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우포의아침과 손잡고 선보인 증류식 소주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희석식보다 증류식 소주의 인기가 높은 트렌드에 맞춰 지난달 내놓은 제품이다.

우포의아침은 박 대표의 할아버지가 1945년 경남 창원에서 시작해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술도가다. 박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농화학을 전공하면서 발효에 관해 공부했다. 이후 국순당과 무학 등 주류기업에서 전통주 개발을 담당했다. 2006년 회사를 그만두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양조장을 물려받았다.

박 대표가 증류식 소주 개발에 뛰어든 건 10여 년 전이다. 당시 한국에선 증류식 소주에 관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공장에 증류기를 들여놓고 개발에 매진했다. 박 대표는 “일본의 주류 트렌드가 증류주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희석식 대신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를 찾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여 년간의 개발 끝에 빛소주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제로 제품을 내놓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지방의 중소 양조장은 마케팅과 영업 능력이 뒤처져 좋은 제품을 선보여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박 대표에게 손을 내민 건 CU였다. 박 대표는 “술의 맛과 품질엔 자신이 있었지만 마케팅과 영업으로 대기업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며 “그 고민을 해결해준 게 CU”라고 말했다.

빛소주의 강점은 맛과 가격이다. 창녕에서 재배한 좋은 쌀을 원료로, 삼대째 내려오는 전통주 제조 방식에 대학에서 발효를 공부한 박 대표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증류기 속 기압을 내려 끓는 점을 낮추는 방식으로 탄내 없는 부드러운 술맛을 구현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는 다른 증류식 소주에 비해 가격도 싸다. ‘빛24(24도·375mL)’ 가격은 7900원으로 경쟁 제품에 비해 30%가량 저렴하다. 박 대표는 “대중이 전통 증류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연예인 마케팅 비용을 걷어내 가격 거품을 뺐다”고 강조했다.

빛소주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병을 돌파했다. CU 프리미엄 소주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에 올랐다. 빛소주는 2030 소비자 구매 비율이 84.5%에 달할 정도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빛소주를 발판으로 한국 전통 명주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한국 술’ 하면 소주와 막걸리만 떠올리는 게 아쉽다”며 “일본의 사케, 중국의 백주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한국 전통주를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녕=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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