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취임식·취임사 없이 '조용히' 회장 오른 까닭은 [정지은의 산업노트]

입력 2022-10-27 15:17   수정 2022-10-27 15:20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 취임 첫날 찾은 곳이다. 이날 오전 9시35분께부터 재판장을 찾아 평소처럼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매주 목요일 관련 재판으로 법원에 출석해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서다. 재판부가 지난해 3월 해당 재판에서 외부회계감사법 위반 혐의 내용을 떼어내 삼정회계법인 재판과 병합하면서부터는 3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도 재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재판 일정을 마치고 나오면서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취임식이나 별도 행사를 열지 않고 ‘조용히’ 취임한 것은 이 회장의 의지로 전해졌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87년 12월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과 다른 행보다.

이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끌벅적한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봤다는 후문이다. 그는 평소 “내 의전은 신경쓰지 말라”며 혼자 일정을 다닐 정도로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선 별도 행사 없이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취임 메시지를 전하는 사례가 흔하기도 하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취임 후 관련 행사나 메시지를 아예 내놓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실질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 활동을 해왔다”며 “이제 와서 취임 행사를 여는 것은 새삼스럽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회장이 겉치레보다 내실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 파고를 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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