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구글'은 왜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과 손잡았을까 [긱스]

입력 2022-11-11 09:55   수정 2023-05-15 14:24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시각에서 아도바(중국 전문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의 사업 모델은 무모했다. 아도바가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 국내외 크리에이터를 진출시키는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엔 국내 크리에이터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몰랐고, 중국 플랫폼이 가진 국내 인지도도 낮았다. 하지만 안준한 아도바 대표는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를 찾아가 자신있게 아도바의 요구 조건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민호 아도바 브랜딩 총괄이 한경 긱스(Geeks)에 그 스토리를 전해왔다. <hr >
여느 때보다도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다. 꼭 회사가 클 필요도 없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크리에이터들도 본인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삼아 굿즈를 출시한다. 그래서 브랜딩이라는 말이 자주 화두에 오르나 보다 생각한다.

브랜딩의 정의는 '브랜드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를 수용자 마음속에 심어주는 과정'이라고 한다. 통념상 브랜딩이라고 하면 근사한 홈페이지와 예쁜 굿즈를 떠올리지만 본질과 거리가 멀다. 우리는 외형에 치중하다 단 한 번의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를 와장창 무너뜨린 사례를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우주에 작은 흔적을 남기는 사람”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85년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먼 미래에 누군가 이뤄줄 혁신을 기다리지 않고 노력해서 '우주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려는 사람이 인재상이라는 의미였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잡스의 뒤를 잇고 있다. 수많은 요즘 브랜드들은 모두 우주에 흠집을 내보려고 태어났을 테다. 쉽지는 않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려면 날카롭고 단단한 무기가 필요하다.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라면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연마하는 것이 브랜딩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단단한 무기를 가진 스타트업

작년 홍보 대행사에 다닐 때 '아도바'라는 스타트업을 맡았었다. 아도바는 당시 시리즈 A 투자를 클로징하고 언론 홍보를 마음먹고 있었다. 나는 다양한 매체 기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도바는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SNS에 국내외 크리에이터를 진출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한 서비스다. 크리에이터와 계약을 맺고 중국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시켜줬다. 크리에이터 이름으로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올리고, 수익을 정산했다. 크리에이터가 성장하면 각종 광고나 마케팅 기회를 발굴하기도 했다. MCN이나 연예 기획사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절대적인 투자금이 많지는 않았다. 당시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던 때였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아도바와 안준한 대표는 인기가 좋았다. 기자들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 폐쇄성, 그리고 굳게 닫힌 문을 몸으로 부딪혀 깨어버린 작은 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도 중국 플랫폼들은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채널 개설을 위해 중국인 신분증이 필요하고 수익 정산에는 현지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외국인들은 크리에이터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 중국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중국 크리에이터 시장은 MAU 수 억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구조다. 2억, 3억대 플랫폼이 즐비하다.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도 주요 영업 채널로 자리잡았다. 중국에서 브랜디드 콘텐츠와 라이브 커머스를 휩쓰는 인기 크리에이터 '왕홍'들은 연예인급 대우를 받는다. 전체 인구 중 영상 크리에이터 비율이 세계 1위를 찍고, 광고를 늘리는 이에게 '변했다'고 평가하는 국내 시장과 정반대다.


작은 스타트업 만이 가질 수 있는 힘

대기업 시각에서 아도바 사업은 무모하다. 그 당시 국내 크리에이터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몰랐고, 중국 플랫폼이 가진 국내 인지도 또한 보잘것 없었다. 아도바에서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도 크리에이터들이 얼마나 움직일지 미지수였다.

안준한 대표는 이 모든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가능성에 집중했다. 지리한 시장 조사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오랜 중국 사업으로 쌓은 협상 노하우로 중국 플랫폼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뚫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장을 개척하면 고객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중국의 구글’이라 불리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가 먼저 움직였다. 바이두가 운영하는 영상 플랫폼 ‘하오칸 비디오’는 후발주자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플레이어들간 경쟁에서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실력 있는 크리에이터와 좋은 콘텐츠가 절실했다.

안준한 대표는 바이두를 찾아가 자신 있게 요구 조건을 내세웠다. 두가지였다. 한국과 해외 크리에이터들이 중국인 신분증과 현지 계좌 없이도 아도바를 통해 채널을 개설하고 수익을 정산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아도바 콘텐츠를 검수하고 아도바 CS(고객서비스)팀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아도바 전담 인력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두는 끝내 한국에서 온 작은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제 1년차를 갓 벗어난 스타트업을 위해 시스템을 개편하고 사람까지 배정하는 건 이들 입장에서도 모험이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안준한 대표는 오랜 경험으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아도바 초기 브랜딩의 핵심

아도바에게 팬시한 마케팅은 없었다. 유일한 무기는 새로운 기회의 땅에 크리에이터를 진출시킬 수 있는 서비스. 하지만 아도바가 가진 무기는 세계에서도 유일했다. 특히, 하오칸 비디오와 어렵게 첫 계약을 맺고 나서 아도바는 중국 플랫폼 세계에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안준한 대표는 두 가지에 몰입했다. 더 많은 플랫폼과 계약 맺기와 더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아도바 서비스 소개하기. 그는 계약 유치를 위해 수많은 중국 플랫폼 문을 두드렸다. 다른 직원들은 크리에이터에게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직접 만나 서비스를 소개했다.

2020년 8월 초기 투자를 받고 아도바는 1년만에 중국 상위 8대 플랫폼과 계약을 성사하고 파트너 크리에이터 300팀을 확보했다. 거의 매일 한 팀씩 모집한 셈이다. 아도바는 2년동안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하며 중국 플랫폼 시장에서 노하우를 축적해 갔다.

파트너 크리에이터 성과도 점점 탄력이 붙었다. 중국 시장에서 수십, 수백만 구독자를 달성한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단 50일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사례도 있다. 한 크리에이터는 유튜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중국 플랫폼에 진출해 두세 달 만에 구독자 20만가량을 확보했다.

포도밭을 일구는 부르고뉴 농부처럼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떼루아(terroir)’를 꼽는다. 프랑스어로 “토양”, “풍토”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 또는 자연 환경이 만들어낸 독특한 향미를 일컫는다. 와인에 영향을 주는 자연 환경으로는 ▲토양 ▲위도 ▲고도 ▲날씨 등 통제가 어려운 자연 환경 뿐 아니라, ▲포도 재배 방식 ▲포도밭 경사도 ▲관개 방식 ▲배수 등 생산자가 통제 가능한 요인까지 포함한다.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는 지역, 부르고뉴는 와인 등급제 ‘그랑크뤼 제도’를 통해 와인 품질을 선별한다. 와인을 평가하는 요소 중 단연 중요한 가치는 떼루아다.

부르고뉴는 다른 생산지보다도 특히 떼루아를 중요시 여긴다. 가장 높은 등급을 ‘그랑크뤼’로 칭하는데, 부르고뉴에서 가장 우수한 포도를 만드는 마을도 완벽한 그랑크뤼 등급을 받을 수 없다. 그랑크뤼는 마을 단위가 아닌, 포도밭 단위로 부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생산자가 최적의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했어도 각 밭마다 떼루아가 다르고, 평가 또한 제각각이다.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미국에서는 타고난 땅덩어리, 자연 환경과 더불어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세계 최고 자리를 노리고 있다.

반면, 미국과 비교해 부르고뉴 포도 생산자들이 가진 무기는 명확하다. 그들 자신과 떼루아다. 수백년간 대를 이어 한 지역에서 포도를 키워온 이들은 각자 가진 포도밭에서는 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렀을 테다. 미국이 막대한 자본으로 키운 명문대 출신 와인 박사와 첨단 장비가 와도 이들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부르고뉴 포도 생산자들은 수백년간 갈고 닦은 포도밭으로 매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아도바가 크리에이터 경제에 남긴 흔적

아도바는 부르고뉴 포도 생산자로 남아선 안 된다. 기업은 진보해야 한다. 잘 가꾼 포도밭,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에 확장성을 더해야 한다. 아도바 서비스는 더 많은 고객에게 닿아야 한다. 하지만 확장성이라는 말이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마구 론칭한다는 뜻은 아니다.

2018년 창업 후, 아도바는 약 3년간 플랫폼을 개척하고 크리에이터가 활동할 수 있는 터를 닦았다.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서비스에 집중하며 중국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 크리에이터 성향에 맞는 성장 전략 등 다양한 역량을 쌓아 왔다.

2022년 10월, ‘아도바로(路)’가 출시됐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중국향 버티컬 솔루션이다. 중국 플랫폼에 진출하고 싶은 크리에이터는 채널 개설과 수익 정산을 아도바로 서비스 페이지에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중국 진출에 가장 걸림돌이 되던 문제였다. 콘텐츠 기획부터 업로드까지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이드와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아도바 노하우와 중국 시장 정보력을 담았다. 크리에이터는 잠깐 시간만 내면 된다. 자료를 보고 나면 다양한 중국 플랫폼에서 별도 매니지먼트 서비스가 없어도 스스로 활약할 수 있다.

아도바로는 새로운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니다. 아도바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항상 같았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이다. 크리에이터 경제에 작은 생채기를 내던 아도바가 어느새 깊은 참호를 파버렸을 뿐이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시장에서 경쟁에 지친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

첫번째 손님

아도바로를 론칭하고 얼마 후 채널 개설을 신청한 첫번째 고객이 나타났다. 유튜브에서도 13만 구독자 이상 거느리고 있지만 아도바로를 찾아왔다. 국내는 시장이 너무 작아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남자는 피규어 수집가였다. 잘 찾아왔다. 중국이라면 오천만 피규어 매니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떡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아도바는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중국 플랫폼 진출을 실현시키는 유일한 서비스다. 아도바는 사용자 규모가 수 억에 달하는 상위 12개 플랫폼과 공식적으로 콘텐츠 유통 계약을 맺고 있다. 편법을 쓰지 않고 우직하게 쌓은 신뢰 관계다. 3년간 안준한 대표와 조직원이 한 뜻으로 아도바 영토를 구축하는데 집중한 결과다. 이제 막 태어난 작은 브랜드로서 최선의 브랜딩이었다.

■ 김민호 아도바 브랜딩 총괄

스타트업이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홍보 대행사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을 접하다 특유의 역동성과 도전정신이 좋아 정착했습니다. 지금은 아도바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회사를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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