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터져도 터질 사고였어요. 그동안 운이 좋았을 뿐이고요.”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이태원 핼러윈 파티가 군중 수만 명이 밀집하는 위험 상황이 아슬아슬하게 반복됐는데도 어느 누구도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해밀턴 골목’으로도 불리는 이 골목의 앞뒤는 이태원 상권 내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지점이라는 게 화근이 됐다. 골목과 이태원 대로변이 맞닿은 지점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고, 뒤쪽 세계음식거리로 통하는 곳에는 사람이 가장 붐비는 술집이 밀집해 있다. 한 안전사고 전문가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집회, 시위대와 달리 핼러윈 파티에 모인 인파의 경우 유흥·귀가·행선지 등 목적에 따라 진행 방향, 보행 속도가 다 달라 압사 사고가 나기 쉽다”고 했다.
반면 이번 참사에선 행정기관 어느 누구도 먼저 사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는 적용할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태원 일대를 관할하는 용산구는 행정안전부 지침인 ‘2021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안전 관리를 하는 경우는 시위 신고가 들어오거나 행사 주최 측이 요청할 때뿐”이라고 설명했다. 열차 무정차 통과 등 간접적으로 인파를 조절할 수 있었던 서울시도 “특별한 위험 요소가 감지되지 않아 특별한 사전 대응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학과 교수는 “행정기관이 각자의 영역에서만 머물면서 규정을 따지며 움직이는 행태는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이 상황을 심화시킨 데는 경찰 인력 분산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압사 사고가 있었던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1만여 명이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 서명 국민대회’를 열었다. 비슷한 시간 인근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5만 명 규모 집회도 열렸다. 한편 전날인 28일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던 만큼 이날 사고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경찰이 인력을 제대로 배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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