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가

입력 2022-11-01 17:17  



2018년 대법원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이는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 판결 이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소송이 여러 건 제기되었고 그 중 일부 하급심에서는 임금성을 긍정하는 판결을 선고되었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경영성과급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대법원에서 선고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에 관한 판결이 기업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판례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특정한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근로대가성),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계속·정기지급성),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지급의무성),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다18127 판결 등). 이러한 판결내용은 소위 임금의 3대 요건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근로의 대가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계속·정기지급성, 지급의무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제2조 제1항 제5호).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임금의 핵심은 근로대가성이라고 볼 수 있다.

판례는 근로대가성의 의미에 대해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냐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금품 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제공과 직접 또는 밀접 관련이 있는 금원은 근로의 대가인 것으로 해석해 왔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4다55934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다23149 판결 등).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인정하는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이러한 대법원의 ‘직접 또는 밀접 관련성’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밀접(密接)’이라는 단어가 포섭하는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임금의 범위를 대폭 확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판결들은 어느 한 근로자의 근로만으로는 경영성과 달성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피고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개별 근로자들이 경영성과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고 보거나,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에 대해 회사의 목표나 성과달성을 위한 근로 동기와 의욕을 고취하고 장려하기 위해 집단적인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이는 협업의 질까지 포함해 회사가 요구하는 근로의 질을 높인 것에 대한 대가로도 볼 수 있으므로 경영실적에 기초해 지급됐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경영성과급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경영성과급은 근로자 집단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 및 협조를 한 것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이고, 이는 개인성과급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근로대가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내용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근로계약은 쌍무계약이며, 쌍무계약의 채무 사이에는 성립·이행·존속상 및 법률적·경제적인 견련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35851 판결 등). 따라서 근로계약에서 임금이란 개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상 합의에 따라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와 견련관계에서 지급되는 반대급부를 말하며, 근로자가 근로관계 중에 사용자로부터 지급받는 금품이라도 근로계약의 기본구조(견련성)에서 벗어나 있다면 이를 근로계약상 임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임금의 바탕이 되는 근로계약은 개별적인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경영성과급이 임금이라고 판단하려면 경영성과급인 개별적인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 개별적·종속적 근로제공의 대가를 벗어나는 금품이라면 임금으로 볼 수 없다.

근로대가성은 근로밀접성과 동의어가 아니다. 만약 판례의 취지대로 근로대가성을 근로밀접성과 동의어로 판단한다면 기업이 생산해 내는 모든 이윤이 근로밀접한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 도대체 경영성과급의 재원으로 사용한 이윤은 근로밀접성이 있고, 이윤 중에 경영성과급의 재원이 아닌 이윤은 근로밀접성이 없다는 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론적으로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이윤이 근로밀접성을 가지고 임금의 재원이 되어야 할 수도 있다. 판례가 근로밀접성이라는 표지로 임금과 임금이 아닌 재원을 구별하려고 한다면 그 기준을 밝혀야 할 것이다. 판사 개인의 직관에 의해 주주나 회사의 몫으로 돌아갈 이윤이 임금으로 평가되는 것은 규범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

임금에는 강행규정과 형벌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임금의 범위를 근거없이 확대해석하는것은 곤란하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임금에 해당할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각종 임금지급원칙이 적용될 뿐 아니라 체불시 형사처벌, 고율의 지연이자 등 다양한 규제의 대상이 되는데(제37조, 제43조, 제43조의2), 이는 근로관계가 아닌 노무제공관계에서 제공되는 보수에 비해 특별히 강행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보호목적이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대가성은 이러한 강력한 법적 보호에 합당한 금원의 범위로 한정하여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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