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업계의 화두는 집값이 아니다. 시행사 대표, 건설사 임원들이 만나면 한결같이 가장 먼저 꺼내는 주제는 ‘미국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다. 내년 전국에서 약 8000가구의 분양을 준비 중인 A시행사 대표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언제까지 금리가 오를지 알아야 구체적인 분양 일정을 짤 텐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지난 9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고작 856건이었다.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 월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2020년 6월 1만5623건의 18분의 1 수준이다. 약 171만 가구인 서울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월평균 3000~4000건이 거래됐지만 지금은 유례없는 ‘거래절벽’이다. 다락같이 오르는 금리에 모든 거래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만기를 앞두고 시장에서 차환에 실패했지만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나선 끝에 간신히 자금을 연장할 수 있었다. 모든 기업이 자금 때문에 아우성인 와중에 사상 최대의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에 마지못해 둔촌주공 ABSTB를 인수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금리가 시중 주택담보대출의 2배 수준인 연 12%다. 은행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라기보다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격’이다.
둔촌주공은 부동산 PF발 위기의 전초전이다. 일반분양이 4700여 가구에 달하는 사업장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본 건설업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업계에선 부동산 PF 만기가 집중 도래하는 내년 1분기가 시한폭탄의 발화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자이언트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현재 연 3.0%인 국내 기준금리도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1년 전 연 3~4%로 조달한 부동산 PF 금리가 내년 1분기 만기 때는 최소 3~4배 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PF 유동화증권 금리가 이미 연 10%를 넘어선 마당에 이 정도의 금리를 감당할 건설사나 시행사가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 “단기 자금 경색으로 줄도산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부동산 PF가 무더기 부실화되면 정부의 270만 가구 공급계획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낳을 것은 자명하다. 약 11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가 현 정부의 위기관리 시험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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