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말 닷컴 버블 때는 벤처들의 홈페이지 제작이 붐을 이뤘고 20년이 지나 제2벤처붐이 도래한 현재에는 기업들이 앞다퉈 메타버스 제작에 힘쓰고 있다. 메타버스 속 빌딩의 구축비용이 실제 건물 한 층의 건축비용과 맞먹기도 한다. 골드러시 시대에 정작 돈을 번 곳은 금채굴업자가 아니라 광산 노동자에게 청바지를 판매한 리바이스 같은 기업이었다. 오픈시 등 NFT 마켓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고가에 거래되고, 아바타의 헤어 및 패션이 이슈가 된다. 실제와 똑같은 가상공간인 디지털 트윈 구축 및 여러 사물 모델링이 필요하며, 우후죽순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겨나는 등 이 모든 상황이 개발자에게는 블루오션이다.
2018년 상영된 영화 ‘레디플레이어’는 메타버스를 주제로 가상세계인 오아시스가 만들어지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45년은 로봇이 길거리를 활보한다고 했던 영화 ‘아이로봇’의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다.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특이점(singularity)이 코비드를 겪으며 10년을 앞당겨 2035년이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웹이 2차원 평면이라면 메타버스는 3차원 공간이다.
얼마 전 메타버스 ‘이프랜드’ 출시 행사에 초청받았을 때의 일이다. 테트리스는 상급, 스타크래프트는 초보인 필자가 학구적이어야 할 메타버스 세미나에서 언더웨어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키보드 조작이 서툴러 앉지 못해 서 있거나 폴짝 뛰는 황당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그때 함께 참여한 제자들은 머리치장과 화장도 완료하고 우아한 자태로 착석해 있었다. XY세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향이나 자연을 찾는다면, MZ세대는 미디어 또는 메타버스 속으로 숨는다.
프랑스혁명으로 귀족의 몰락이 계기가 돼 전용요리사가 일자리를 잃으며 평민에게 요리해 팔게 되면서 요리의 대중화가 되며 레스토랑이 생기게 됐다. 메타버스도 이런 대중화의 계기가 필요한데 이성적인 기술로 어떻게 감성적인 디자인을 만들 것인가가 과제다. ‘쿵따리 샤바라’로 데뷔한 클론의 춤꾼 강원래는 2000년 초 휠체어에 의존하는 하반신 마비가 됐으나 20년 만에 ‘아바랜드’의 메타버스를 통해 콘서트를 열었다. 비브스튜디오 제작 ‘너를 만났다’는 항암치료 중 7세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딸의 아바타와 엄마가 메타버스에서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진 다큐멘터리다. 메타버스가 아바타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줬다.
디지털 노마드로서 우리도 세이프존인 지구를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 위성 인터넷이 3~5년 이내 시장의 약 2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 속에 우주 관광여행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에 의해 경쟁적으로 시작됐다. 드론택시도 10년 내에 도심의 하늘을 날아다닐 것이라고 한다. 로봇이 친구가 돼 내 곁을 지켜주리라 상상하는 당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물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용기를 내보자!
윤주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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