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독일 외교의 방향 착오

입력 2022-11-04 17:45   수정 2022-11-05 00:16

“메르켈의 친중·친러 기조는 독일을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지만, 거기엔 치러야 할 비싼 계산서가 있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가 올 5월 다보스포럼에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소로스의 표현대로 메르켈은 16년 재임 중 일관되게 친중·친러 정책을 폈다. 2019년 말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12번이나 중국을 찾아, 주요국 지도자 중 가장 많은 방중(訪中) 기록을 갖고 있다. 그 영향으로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중국 역시 메르켈 덕에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메르켈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른다.

옛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가 유창한 메르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60여 차례나 만났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에너지 부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 가스 구입량도 크게 늘렸다. 독일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는 55%나 된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지지한 것도 푸틴에겐 큰 선물이었다.

이렇게 치우친 정책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큰 비난을 사고 있다. 그의 에너지 정책이 푸틴의 간을 키워 괴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독일 자체도 에너지 가격 급등과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대중(對中) 수출 급감으로 31년 만에 월간 무역적자를 보는 등 부메랑을 맞는 모습이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시진핑 3연임 이후 서방 정상으로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 미국은 물론 독일 내에서조차 방중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지만, 독일의 대외 교역 구조를 보면 그가 부리나케 중국으로 뛰어간 이유를 알 수 있다. 동행 기업 중 하나인 폭스바겐의 경우 중국 내 26개 사업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판매량이 전체 매출의 40%나 된다. 희토류, 영구자석, 마그네슘 등 주요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 역시 50~90%에 이른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푸틴을 가리켜 “서방 국가들을 러시아 가스와 석유에 빠져들게 한 마약상”이라고 했다. 대중 교역 의존도가 25% 가까이 되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우리의 영혼을 쥐고 흔들 마약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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