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든 월세든 되는 걸로 할게요"…마음 급해진 집주인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2-11-06 08:00   수정 2022-11-06 16:31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기대를 걸었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겹겹이 쌓여온 말도 안되는 규제들은 여전합니다. 여기에 더해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제부진은 희망과 기대를 우울함과 절망으로 바꾸는 중입니다. 거래를 통해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은 공허한 약속이 되고 있습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무주택자, 더 좋은 주거환경으로 이동해 보려는 1주택자 모두 지쳐가고 있을 때,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실수요자 보호 및 거래정상화 방안’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중도금 대출보증이 가능한 분양가를 12억원으로 확대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제한없이 50%로 완화하며, 15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부족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의미 있는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규제완화에도 골든타임(golden time)이 있는데 혹시 늦지는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규제완화도 아닙니다. 말도 안되는 악법을 정상적인 규제로 바꿔 달라는 요구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는 집주인들도 이제는 없습니다. 거래만 되도록 해달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하는 중입니다. 기존의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으로 이사를 할 수 없고, 전세가 빠지지 않으니 꼼짝달싹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정부에서 이미 발표한 규제완화 방안이라도 빠르게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중개법인에 접수되는 매물을 살펴보면 같은 매물임에도 불구하고 매매, 전세, 월세를 함께 내어 놓습니다. 어떤 거래의 방식이라도 좋으니 먼저 거래가 되면 그걸로 하겠다는 겁니다. 찬밥, 더운밥을 가릴 여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30년 동안 부동산시장을 살펴본 입장에서는 이렇게 거래가 되지 않는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이며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정책당국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부동산에 정치가 개입되면 시장은 왜곡됩니다. 현재의 거래절벽은 왜곡된 부동산시장의 한 단면입니다.

부동산산업은 파급과 연관이 큰 산업입니다.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면 인테리어, 가구, 이사, 중개업소 등 연계된 산업 또한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역대급 거래절벽으로 인한 취득세 수입이 급감한다는 점입니다. 취득세는 지방세의 30%를 차지하는 지자체 재정의 핵심입니다. 지방재정 안정 차원에서라도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는 절실한 과제입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23년 취득세 세입 전망’에 의하면 2023년 우리나라 취득세 수입은 가장 비관적일 때 22조3500억원 수준에 그쳐, 2021년 세수(33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9조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지방재정의 악화는 중앙정부의 교부금 부담을 늘리고 이는 결국 국가 재정 위험을 높이게 됩니다. 따라서 거래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6월말 대구의 수성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습니다. 규제지역 해제에 따른 거래 활성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7월과 8월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834건)에 비해 7.1%(893건), 14.3%(953건) 각각 증가했습니다. 6월 100여 건이던 미분양아파트 판매 건수 또한 7월과 8월에는 각각 410건, 150건으로 늘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들도 있겠지만 수도권 부동산시장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를 고려한다면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기간이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됩니다. 특히 여름 비수기에 나타난 결과라 더욱 고무적입니다. 반면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규제지역이 해제되기 전보다 오히려 더 하락했습니다. 6월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74% 하락했지만 8월과 9월에는 각각 0.91%, 1.05% 하락해 하락폭이 더 커져만 갑니다.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가격이 조정 받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하튼 거래를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요구는 의도적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양책이 아닙니다. 가격을 올려 달라는 요구는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주택수요자가 살고 싶은 집을 사고, 그곳으로 이사를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는 지극히 평범한 요구입니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으로 인해 시장의 혼란까지 가속화된 현재 규제완화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비 대칭적인 규제완화로 인해 매물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택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거래절벽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추가적인 수요 촉진책을 내놓았으면 합니다. 규제완화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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